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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Sep 03. 2021

엉덩이의 힘


누웠다 일어나면 오른쪽 상단 뒤통수가 아팠는데 한두 시간 후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병원을 가니 '후두신경통'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 허리도 아파요,라고 했더니 사진을 찍어보자고 하셨다. 사진을 보시더니 '허리디스크'인데 대부분의 디스크 환자들처럼 나도 4번과 5번 디스크라고 하셨다.


아, 그렇구나... 어쩐지 허리가 계속 아프더라니!


어느 날부터인지 후두신경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가끔 잠을 잘못 자면 목이 아프긴 했으나 그건 일시적인 증상이었지 오래가지는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허리는 여전히 아팠다. 그래서 요가매트를 바닥에 깔고는 내 몸에 맞는 필라테스 동작을 해 주었다. 그러면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을 매일 하지 않으면 또 아파왔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모양이었다.  


골반이 이상한 듯하여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다. 세 명의 물리치료사를 만나보았는데 세 번째 물리치료사님이 가장 잘하시는 분 같았다. 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몸에 근력이 너무 없어요. 고객님은 특히 엉덩이 근육을 만드셔야 합니다."


엉덩이에 붙어있던 건 살덩이뿐이었나 보다. 이렇게나 근력이 없었다니. 내 몸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일대일이 아닌 소수의 인원이 함께 해서 약간 저렴한 PT를 하는 곳이 있길래 그곳에서 한 달 동안 열심히 운동을 했다. 내 운동의 목표는 다이어트가 아닌 오직 근력 만들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숙소를 옮기게 되어 운동을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임시숙소에서 얼마나 있을지 몰라서 어딘가에 등록을 해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서 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집 근처에 있는 대학교를 산책하기도 하고 운동장을 열 바퀴 돌기도 했다. 운동을 하고 땀을 싸악 빼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졌다. 모든 탁한 에너지가 쏙 빠져나간 것처럼.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혼자서 운동을 하다 보니 꾸준하지가 않았고 들쑥날쑥했다. 남편이랑 있을 때에는 둘이서 매일 함께 운동을 하니 알콩달콩 참 재미있었는데... 그런 즐거움이 이번에는 없었다. 그냥 필요에 의해서 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기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종아리가 붓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하실까? 궁금해졌다.


그러다 임시 숙소의 거주기간을 연장하였고 연장한 기간만큼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을 했다. 필라테스 자격증이 있잖아요?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그 자격증이 단체 수업을 듣는데 참 많이 도움이 되어요.라고 말을 한다면 이해가 되실는지?


어떤 일을 하든지 강제성이 있는 게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남의 눈과 돈의 힘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원래 주 3회이지만 최대 5회까지 참석할 수가 있다고 해서 나는 거의 매일 수업에 참석을 했다. 몸이 조금씩 탄탄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 근력운동이라 처음에는 엉덩이 근육이 덜덜덜 떨렸는데 생각보다 엉덩이 근육이 형성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 덕분에 갔던 호텔에서 혼자서 헬스장을 이용할 기회가 있었는데 트레이드밀 경사를 5로 맞춰놓고 빠른 속도로 걸었더니 35분 후 엉덩이가 탄탄해져 있는 걸 느꼈다.


내 사촌동생은 공부를 아주 잘한다. 막내 삼촌 막내딸이라 나와 나이차는 꽤 나지만 벌써 미국 정부가 주는 장학금으로 석박사를 모두 마치고 세계에서 탑 10안에 들어가는 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동생이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 이유는 '엉덩이의 힘'이라고 했다. 동생은 먹고 자는 시간 이외에는 앉아서 공부만 할 정도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잘 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같은 말을 했다. 메가스터디를 만드신 손주은 회장님도 공부는 머리보다 엉덩이로 하는거라고 말씀하셨다.


엉덩이의 힘!


엉덩이를 의자에 오래 붙이고 앉아 있으려면 엉덩이에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필라테스 이외에 유산소 운동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밤에 들었다. 분명 어제 낮에 운동도 하고 산책도 했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등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등산코스도 찾아냈다. 그리고 가성비 좋은 트레킹화도 봐 두었다.


평평한 운동장 열 바퀴를 도는 것보다 경사진 산을 등산하는 게 엉덩이 힘뿐 아니라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데 더 좋겠지? 지난달에는 많이 방황을 했으니 이번 달에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을 하는 달을 만들어보아야겠다.(추석 빼고)


엉덩이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하고, 길러진 그 엉덩이의 힘으로 앉아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니 결국 엉덩이의 힘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테다. 오래오래 글을 쓰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건강하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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