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1일 차
인스타는 방학을 앞두고 각종 방학 아이템을 파느라 바쁘다. 마치 여름철 얼음 장수가 장터에서 가장 바쁜 순간을 맞이한 듯하다. 교재 교구부터 방학 동안 읽으면 좋을 책, 여행 가서 쓸 용품, 여행 숙소 할인권, 아이들 학습 관리해 주는 줌 수업, 개인 톡 레슨 등 정보와 자료는 넘쳐나는 세상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나는 영어 테스트를 하나 건져 올린다. 매번 방학 때마다 학원을 다니며 테스트를 보는데 6년째 하다 보니, 이제 이 동네 영어 학원 원장님과도 익숙해져서 아이들 수준 확인차 가기 민망해진다. 이번 방학엔 능률에서 최근에 나온 NELT 시험을 공구로 싸게 구입하여 시험을 보기로 마음먹는다. 광고 멘트일 게 뻔하지만, 신뢰할 만한 영어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기에 동네 학원에서 보는 테스트보다는 나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든다.
언제나 그랬듯 아이들에게 일주일 전부터 시험을 볼 거라고 예고한다. 전체 등급이 지난 방학 때 본시험보다 떨어지면 무조건 학원을 갈 것이라는 엄포도 잊지 않는다. 그래야 겨우 학원 가는 걸 인정하고 다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가스라이팅을 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들은 모르겠지.
일주일간 긴장과 걱정 속에 평소보다 집중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 같아 보여, 아침을 먹고 소화가 되자마자 시험을 시작한다. 각자의 방에서 노트북으로 시작한다.
"엄마, 내가 모르고 두 번을 눌러서 한 문제가 넘어갔어."
"아, 나도 실수했다."
"어쩔 수 없어. 다시 풀기 없거든."
"아.. 망했다."
아이들은 시험을 보는 내내 시험 문제보다는 어느 영어학원을 가는 게 나을지 고민하는 눈치다.
나름 위안과 격려를 하고자 거실에서 큰 목소리로 말한다.
"괜찮아. 그동안 잘해왔잖아. 등급 유지만 돼도 집공부 계속할 거야. 실수만 하지 말고 집중해서 차근차근 풀어. 시간 많이 남았어."
내 위로가 귀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진짜 집중을 했는지 1시간 동안 보는 시험을 둘 다 27분 만에 마친다. 다시 검토해 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런 시스템이 없기에 나도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 되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대 없이 결과 보기를 클릭한다. 마치 로또 복권 당첨 결과를 확인하는 기분이다.
결과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리스닝과 독해는 높은 등급이고, 문법과 어휘는 평균치다. 집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결과다. 평가 결과와 함께 나오는 학습 처방과 총평은 동네 학원보다 족집게다. 아이가 어떤 식으로 문제를 대하는지, 부족한 점이 문법에서 어떤 부분인지, 어떤 학습을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아이들의 성적은 딱 기대만큼이지만, 테스트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다. 얼른 시간이 흘러 겨울방학 때 한 번 더 해보고 싶을 정도다. 마치 좋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보고 싶은 기분이랄까.
이번 영어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이 영어 학습의 즐거움과 도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낀 긴장감과 걱정은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동기 부여가 되었고, 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
테스트 결과를 통해 아이들이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점도 큰 수확이다. 리스닝과 독해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은 아이들이 꾸준히 노력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반면, 문법과 어휘에서 평균치에 머문 것은 앞으로 더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임을 시사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단순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자신을 성장시키는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작은 성공들이 쌓여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겨울방학 때 다시 한번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여름방학은 영어 공부를 시작해 봐야겠다.
"배움의 아름다움은 아무도 그것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다." -B.B. 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