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배당금처럼 쌓였다
내가 먹는 반찬을 유심히 보는데
거기엔 손을 안대거든? 나 많이 먹으라고.
난 그런 다정함을 지능으로 보거든.
상대를 안심시키는 반듯함 같은 거.
그런 건 하루 이틀에 쌓이는 게 아니니까.
요즘 남편을 보면 사랑의 이해의 이 장면이 생각난다. 남편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나부터 챙긴다. 연애 때도 그랬고, 결혼하고 아기가 생긴 후에도 변함없다. 아이가 태어난 후 삶의 난이도가 부쩍 높아졌는데도 저녁 식사를 할 때면 항상 남편이 지율이를 안고 밥을 먹는다. 혹은 지율이를 달래며 내가 먼저 밥을 먹게 해 준다.
결혼식 날 구두를 신어야 하면, 늘 슬리퍼를 챙겨주는 사람. 회사에서도 내가 잘 있는지 늘 궁금해하는 사람. 6시 땡 칼퇴를 하면서도 기깔나게 사회생활 해서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 퇴근해서 피곤할 텐데 내가 설거지를 하려 하면 쉬라며 고무장갑을 뺏는 사람.
입안에 구내염이 돋을 정도로 피곤 해도, 새벽까지 정리정돈을 하고 잠드는 사람. 이유식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니까 걱정 말라며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만들어 두는 사람. 결혼 7년 차인데 한결같다. 그 꾸준하게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모습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이번 설 연휴 여행에서도 그랬다. 호이안 새벽 시장에서 엄마와 바나나, 망고를 사고 계산을 마쳤는데 정신이 없어서 과일을 두고 숙소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지안이 장난감과 돼지고기를 사면서 눈탱이를 맞아 기분이 엉망이던 터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시 시장으로 달려가는데 남편이 말한다.
"베트남 와서 처음으로 단둘이 데이트하니까 나는 오히려 좋은데?"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며 힘이 쭈욱 빠졌다.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다행히 과일도 찾았다. 나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남편은 그런 나를 이해하고, 잠잠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신경 안정제처럼.
남편을 보며 많이 배운다. 결혼에서 경제적인 부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중요한 것들이 꽤 많이 존재한다. 게다가 살아보니 삶에서 매우 중요하더라. 시간이 켜켜이 쌓여 몸에 밴 태도, 습관, 말투 같은 것들 말이다.
요즘 메타인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사실 다정한 사람이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 아닐까?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춰 배려할 줄 아는 여유와 행동하는 능력은 다정함에서 나오니까.
이런 남편과 결혼한 덕분에 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때론 힘들고 지쳐도, 그럴 때마다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다. 남편 덕분에 점점 더 나은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