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쉬는 일주일 동안 깨달은 것
나 발목이 불타는 느낌이야.
다른 러닝크루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달린 날. 고작 3KM를 뛰고서 달리기를 멈춰야 했다. 몇 주 전부터 아파온 발목이 문제였다. 4월쯤 방문한 한의원에서 쉼을 권유했지만, 하루이틀 잠깐 쉬고 또 달리러 나갔다. 며칠 지나면 낫겠지. 달리지 않던 사람이 너무 열심히 달려서 일시적으로 그런 걸 거야- 가볍게 생각했다.
달리는 그 자체가 너무 행복했기에 멈춰야 한다는 결심은 쉽사리 들지 않았고, 결국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지난번엔 종아리만 아팠다면 이젠 양쪽 발목과 왼쪽 무릎이 아파왔다. 마치 불타는 듯한 느낌으로 화끈거렸다.
한번 방문하고 다시 가지 않았던 한의원을 재방문했다.
너무 무리하신 것 같네요. 쉬셔야 합니다. 그리고 몇 번 더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자주 달려서 그런 건지, 달리는 자세가 잘못된 건지, 아님 근육이 부족한 탓인지...
온갖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마치 한동안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강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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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동안 본가를 다녀왔고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일일 요가 클래스를 등록했다. 뭐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못 견딜 것 같은 기분에서였다. 70분의 하타요가 수련. 굳고 뻣뻣한 몸을 늘리고 굽히고.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의 자극을 인지하고 거기에 머무르기. 온몸이 달달달 떨리고 호흡이 힘에 부쳤다. 땀도 줄줄줄 비 오듯이 났다.
할라아사나 (쟁기자세) 해봤어요?
아니요.
반동을 크게 써봐요. 손을 등에 받치고...
괜찮아요 - (톡)
호흡하세요.
괜찮아요- 한마디에 톡 하고 뒤로 넘어간 내 다리 그리고 첫 할라아사나 시도. 선생님의 핸즈온에 도저히 넘어가지 않던 다리가 가볍게 넘어갔다. 달달달 떨면서 버티다 내려와 사바아사나로 넘어가는데 눈물이 왈칵 고였다. 뭐랄까. 뭉뚱그려진 감정들이 해소되는 느낌.
최근 계속 몰입할 수 있는 활동들을 자꾸 찾았던 나.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정작 커리어를 비롯한 중요한 것들을 미뤄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했었다.
최근의 너한테 더 간절했던 건 자기 돌봄이라 그런 거 아닐까? 네 감정을 살피고 돌보는 것 말이야.
친구 Y의 이야기에 머리를 한방 맞은 듯했다.
맞아.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울지 않았어. 큰 일을 겪고 난 뒤 내게 남은 두렵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달리고 움직이면서 하지 않게 되니 더 몰입했던 거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하고 있는데. 은연중에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네.
너무 당연히 힘든 일들이 있었고, 너는 그 속에서 헤쳐 나오고 너를 지키고 있는 거야.
친구들의 메시지에 막혀있던 샘물이 터지듯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행복하게 달리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에 짐이 있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달리는 순간이 진심으로 행복했지만, 그 당시 내가 겪고 있던 상황은 그 반대였다는 것. 그 이질감.
한바탕 울고 마음을 인지하고 나니 모든 것이 한결 가벼워졌다. 쉬는 동안 읽었던 책 속의 문구처럼. 어떤 괴로움도 공부가 된다고, 발목이 아픈 것도 그로 인해 잠깐 쉬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도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주에는 더 온 마음을 다해 행복하게 뛸 수 있겠다는 기대도 덧붙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