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보낸 2년은 제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었고, 제 안에 있는 부족함을 깨닫는 귀중한 여정이었습니다. 교수님들과 동료들로부터 배운 지혜와 통찰은 제게 커다란 힘이 되었고, 세상을 보는 깊이를 더해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현재 저는 **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 수사관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본직에 돌아가서도 여기서 배운 가르침과 경험을 늘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이곳에서의 배움은 단순한 지식이 아닌, 제 삶의 방향을 밝혀주는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2년간의 배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10년 전 당신의 풋풋했던 졸업사를 읽었습니다. 두 차례 장학금을 받아 감사했던 것인지, 오래전부터 꿈꾸던 명문대 졸업장을 취득해 기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지친 지금과는 너무 낯설고 이질적입니다. 수사진행상황 통지서에 쓰인 그 장본인이 제발 당신이 아니기를, 동명이인(同名異人)이기를 바라고 또 의심했습니다. 나의 후배들과 당신의 동료들이 겹치고, 나의 선배들과 당신의 교수님이 중복되는 것을 알지만 개인적인 사건에 학연이나 지연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맥을 동원해서 달라질 결과라면, 법의 심판에 맡기는 것이 차라리 나을 테니까요.
2024년 1월 3일 통화를 마지막으로 6367 번호로는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경찰도 인간이라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죄로 고소하다가는 당신이 정말 위험해질 수 있어요. “는 비겁한 변명인지, 나를 위한 당신의 걱정 섞인 말은 연약한 인간으로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절차상의 하자 없이 법령대로 수사했으니 억울하면 나를 상대로 고소하세요. 잘못이 있다면 모든 처분을 받겠습니다."는 위선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전체적인 수사과오가 있었다는 것인지, 왜 팀원의 실수까지 떠안겠다는 것인지 '실체적 진실'을 모르겠습니다.
경찰출신 윤 변호사는 명쾌하게 설명하더군요, 또래 남자가 보는 시각은 정말 달랐습니다.
"그거 팀원들 들으라고 그냥 던지는 말이에요. 경찰서 팀이라고 하면 5~6명 내외이고 책상 다 붙어있어서 전화하면 다 들려요. 그렇게 당당했으면 왜 혼자만 꼬리를 자르고 경찰청으로 도망갔겠어요? 그 사람 경찰대학교 시절 때부터 그랬어요. 혼자서 착한 척, 정의로운 척, 잘난 척 짜증 나요."
작년 12월 28일 정보공개청구로 녹취 파일을 받으려고 **경찰서까지 찾아갔습니다. 전화로 잠시 불러냈더니 현피를 거절하고 굳이 법대로 하라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나를 피하는 진짜 이유가 바빠서인가요? 바쁘다는 말은 실력이 없는 사람이 둘러대는 아주 비겁한 핑계입니다. 아니면 내가 당신이 알고 있는 '기억 속의 그 사람'일까 봐 마주하기 고통스럽고 두려운가요?
매번 창의적인 질문을 쏟아내니 감당이 안되던가요?
경찰의 사소한 절차와 실수까지 지적해 화가 났나요?
아니면 정말 잘못을 해서 내 얼굴을 볼 면목이 없던가요?
친절한 팀원분께 두 차례나 내 연락처와 메모를 남겼는데, 더 이상 콜백을 안 해주는 걸로 보아서 당신에게 무슨 큰일이 생겼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통화를 하기 싫다는 거절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당신의 머릿속을 포렌식 당해 부끄러워 숨고 싶었나요?
대학원 논문과 국외장기연수 보고서의 내막을 알고 있어 불편하던가요?
중요하지 않은 용건으로 감정을 실어 쓸데없이 전화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기동대 출신 S 경장의 죄목이 차고 넘쳐서 고소장은 이미 작성되었습니다.
당신이 팀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새빨간 거짓말에 나는 바보처럼 한 달을 망설였습니다.
혹시 조만간 경찰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는데 나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미리 귀띔해 주십시오.
어쨌든 작년 사건에서 불기소처분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흘려주어 도움을 준 감사한 분인데
당신에게 피해가 가게 내버려 두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만나고 싶었습니다.
2024년 1월 25일 멀쩡하던 사무실 프린터가 멈춰 고소장을 뱉어낼 때 그만뒀어야 했을까요.
2024년 2월 6일 고소보충조사를 받으러 씩씩하게 **경찰서에 출석했습니다.
그런데 경감님이 그토록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비위 경찰을 고소하겠다며 온 여인을 경찰에서 신사적으로 대할 리 없었겠지요.
상황은 반전되어 저는 10시간 심야조사를 받으며 무고 피의자로 몰렸습니다.
하루종일 식사를 하지 못하니 저혈당쇼크가 와서 정신까지 혼미해졌습니다.
당신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당신은 어디에 숨었는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을 간다며 겨우 빠져나와 창문으로 몸을 던지려 했지만
작년 그 사건 이후 창문에 철조망을 둘러 막아버려 얼굴을 내밀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불러주는 대로 고소취하서를 작성하고서야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에게 대체 진실과 거짓의 기준이란 무엇입니까.
설연휴를 보내며 여러 친척들과 친구들과 변호사들과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되겠지만 선량한 국민의 힘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썩어빠진 권력을 솎아내려면 수사구조개혁이 필요하니까
강요와 협박으로 이뤄진 고소취하를 철회하고 보름 만에 재고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죄목은 재고소가 가능하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6367 번호 연결이 되었는데 인사이동으로 새로 부임한 분이 받으시더군요.
후임자께서 당신은 본청 국가수사본부로 전출을 가버렸다고 전했습니다.
Sprich mit mir
2024년 6월 28일, 결혼 10주년을 맞은 당신이 긴 얼굴로 꿈에 나왔습니다.
견진성사를 받는 암브로시오 형제님의 모습, 그리고 "사건이 타 관할로 이송되었습니다."
작년부터 여덟 번 통화를 하면서 차분하고 듣기 좋았던 목소리가 뇌리에 남았습니다.
수사가 진척되면 언젠가 참고인으로 혹은 피의자로 당신과 마주할 날이 있겠지요.
다음번에는 매뉴얼에 적힌 형식적인 대답이 아닌, 본인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