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경장: 여경 불러와서 권리고지 해드릴게요.
연주: 네.
여 경위: 권리고지 해드릴게요. **경찰서 조사실에서 신문받기 전 수사과정에서 법령 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에 대해 검사에게 구제 신청할 수 있음을 고지해 드립니다. 고지받으신 내용에는 이따가 자필로 서명하실 거고요.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조력도 고지해 드릴게요.
연주: 네.
여 경위: 귀하는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하지 않을 수 있고요. 그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고,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주: 네.
여 경위: 진술거부권 행사하실 거예요?
연주: 질문을 들어보면서 필요한 부분에는 행사하겠습니다.
여 경위: 네? 알겠습니다. 변호인 조력받으실 거예요?
연주: 오늘은 혼자 왔으니 진행하고 필요한 때가 생기면 요청하겠습니다.
여 경위: 답변은 말씀하신 대로 이따가 조서에 기재하실게요.
연주: 그러시죠.
S 경장: 바로 조사 진행할게요. 주민등록번호 한 번 불러주시겠어요?
연주: 701106-2******
S 경장: 현재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연주: 그게 수사에 필요한가요? 답하지 않겠습니다.
S 경장: 현재 살고 계신 주거는요?
연주: 전산상으로 치면 다 나오지 않나요?
S 경장: 나오죠, 오늘 출석한 분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되어서.
연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
S 경장: 휴대전화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자택 전화번호 있으세요?
연주: 경찰에서 전화한 그 번호입니다. 자택 전화는 없습니다.
S 경장: 직장 전화번호는요?
연주: 답하지 않겠습니다.
S 경장: 전자우편은요?
연주: 답하지 않겠습니다.
S 경장: 대답 안 하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연주: 심히 무례하고 사생활 침해이니까. 어차피 조서에 적지도 않을 거잖아요?
S 경장: 사생활 침해? 조서 작성은 내가 합니다.
연주: 바로 사건으로 들어가지, 왜 뒷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걱정되어서 개인신상을 캐묻나요?
S 경장: 원래 조사과정에서 다 물어봐요. 피의자 신문에 다 작성하게 돼있어요.
연주: 그럼 하던 대로 하시죠, 난 묵비권으로 일관할 테니까.
S 경장: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같이 살고 있는 사람 있어요?
연주: 답하지 않겠습니다.
S 경장: 참고로 지금 말씀하시는 내용들, 나중에 판사나 검사가 확인하는 거니까 잘 생각하고 말씀하세요.
연주: 진술거부권 내용과 의미 모르나요? 진술 거부해도 불이익받지 않는다고 분명히 쓰여있는데.
S 경장:... 최종학력은 어떻게 되세요?
연주: 답하지 않겠습니다. 적어도 경찰보다는 많이 배웠겠지요.
S 경장: 사회경력은 어떻게 되세요? 현재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고 계세요? 자산이나 소득은 얼마나 되세요?
연주: 모두 답하지 않겠습니다.
S 경장: 본인이 대답하지 않은 것들은 수사기관에서 추후에 따로 조사할 수 있어요.
연주: 할 수 있으면 해 보든가요.
S 경장: 현재 앓고 있는 질병이나 질환, 복용하고 있는 약 있으세요?
연주: 답하지 않겠습니다.
S 경장: 뭐 오늘 조사받는데 건강상 문제없으신 거예요?
연주: 조사받다가 죽거나 쓰러지면 119 불러주시면 됩니다.
S 경장: 지난주 요트조종면허 시험 본다고 경찰출석까지 미루더니 잘 봤어요?
연주: 난 불합격이란 것은 해 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S 경장: 그럼 사건 잘 끝나면 나 한 번 태워줘요.
연주: 그럴 시간이 있음 차라리 봉사활동을 하겠네요.
S 경장: 거 까칠하게 나오네, 피의자는 금일 어떤 일로 조사받는지 알고 계세요?
연주: 고소장 접수가 되었다고 출석을 통보받았습니다. 사실을 파악하고자 출석했습니다.
S 경장: 제가 모 여대에 붙은 대자보 관련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사실을 유선으로 알려주지 않았나요?
연주: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죠.
S 경장: 고소인 배우기 씨 알고 있으세요?
연주: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서로 얼굴은 알고 있습니다.
S 경장: 고소인과의 평소 관계는 어땠나요?
연주: 별로 반가운 사람은 아닙니다.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요.
S 경장: 그럼 이 대자보 보신 적 있으세요?
연주: 어, 캠퍼스에 지나가면서 본 적은 있습니다.
S 경장: 언제 어디서 보신 거예요?
연주: 모 여대 강의실 복도에서 본 것 같습니다.
S 경장: 이 대자보 하고 동일한 것을 보셨다는 거예요?
연주: 완전히 동일한지는 모르겠고, 제목은 비슷해 보이네요.
S 경장: 이거 제목? 당시 본 사람들이 누구누구 있었어요?
연주: 모르죠. 불특정 다수 여자들인데 서로 누군지 어떻게 압니까?
S 경장: 평소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으세요?
연주: 패션이요? 겨울이니까 코트를 입고, 알레르기가 있어서 천연섬유로 된 옷만 입습니다.
S 경장: 아니 그런 거 말고, 평소에 자주 입는 옷이요.
연주: 결벽증이 있어 한 번 입었던 옷은 두 번 다시 안 입습니다. 구독서비스에서 추천해 보내주는 대로 입으니 매일 다르겠죠?
S 경장: 연주 씨, 인스타그램 하세요?
연주: 계정은 있습니다.
S 경장: 아이디가 어떻게 되세요?
연주: 그게 이 사건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요?
S 경장: 여기 제 번호로 보내주세요.
연주: 나중에 변호사와 상의해서 보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S 경장: 네네, 그러시든가요. 평소 본인이 착용하고 다니는 시계는 무엇인가요?
연주: 시계요?
S 경장: 애플워치 아닙니까?
연주: 요새 스마트워치 없는 사람도 있나요?
S 경장: 애플워치 찬다는 말씀이시죠?
연주: 브랜드별로 여러 개 있어요. 몽블랑 써밋도 있고, 애플워치도 있고, 갤럭시도 있고.
S 경장: 여러 개다? 그중에서 자주 사용하는 게 뭐예요?
연주: 그때그때 기분 따라서 착용합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S 경장: 옛날 사진 보니까 안경 쓰시던데, 평소에 안경 안 쓰는 거예요?
연주: 어디 사진이요?
S 경장: 주민등록조회하면 다 나오는데. 옛날에 안경 쓰셨던 것 같은데.
연주: 라식했죠. 주민등록증은 10년 전 사진이니까.
S 경장: 라식수술은 언제 하셨어요?
연주: 오래됐죠. 여권 사진에는 안경 쓰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안 쓰고 다닙니다.
S 경장: 오늘 머리는 염색을 하셨잖아요? 정확히 무슨 색상이에요?
연주: 애쉬 카키.
S 경장: 이쪽에서 보니까 핑크 브라운으로 보이데…그럼 머리는 예전부터 계속 기르셨던 거예요? 그 머리가 가발이 아니라는 말씀이신 거죠?
연주: 형사님, 변태입니까? 제가 경찰서에서 머리라도 감아 5분간 증명해 보여야 하나요?
S 경장: 불쾌했다면 자제할게요. 그러면 연주 씨는 주말에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연주: 답하지 않겠습니다. 아까 '빼박증거 CCTV'가 있다고 했죠? 그거 보여주시죠.
S 경장: 수사 기밀이라 안됩니다.
연주: 기밀이요? 피의자로 특정되었다면 객관적인 증거가 있을 것 아닙니까?
S 경장: 자세한 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공판에 가면 그때 보세요.
연주: 그럼 조서에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신문 중단하겠습니다.
S 경장: 자꾸 이러시면 불리할 텐데. 그러면 십지지문 뜨고 가세요. 동의하시죠?
연주: 십지 뭐요?
S 경장: 열손가락 지문 스캔한다고요.
연주: 아, Ten Fingerprint Scan! 제 지문 드릴 테니 무고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과학수사를 하세요.
S 경장: 손가락이 말라가지고는 지문이 안 찍히니까, 제가 물티슈로 한 번 닦아 드릴게요. 여자가 손이 이렇게 차가워서 되겠어요?
연주: 야,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거부하는 신체 접촉은 성추행입니다.
S 경장: 거진 끝났거든요, CCTV에 다 찍혔는데 전부 부인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연주: 뭘 부인했다는 말이에요? 진짜로 내가 찍혔다면 그 CCTV 보여주시죠.
S 경장: 음... 쓰읍,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찍혀 있고 개인정보보호침해 소지가 있어 보여줄 수가 없어요. 범죄 혐의에 대해서. 대자보 내용에 대해 하나도 모르세요?
연주: 지나가면서 본 적은 있지만 같은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네요.
S 경장: 그럼 본인이 이걸 붙이지도 않았다는 건가요?
연주: 제가 그 정도로 할 일이 없지는 않습니다.
2023년 4월 20일 오전 10시 **경찰서 게이트에서 처음 마주한 S 경장은 "어... 성형수술 했어요? 한 달 만에 머리가 많이 기셨네요? 구연주 씨 본인 맞아요?"라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어서 진행된 일대일 신문에서는 눈앞에 있는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방적인 무례함은 모욕과 희롱의 시간이었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자던 사람이 모 여대에서 찍혔다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명제였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 비슷하다고요? '사슴'을 가리키며 '말(馬)'이라고 우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여기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S 경장은 와이프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낯선 여자에게 풀며 괴롭히는 것이 신이 났던 것인지, 아님 팀장인 경감 이찬우의 수사지휘와 판단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