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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미제사건의 주인공처럼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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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YJ Mar 11. 2024

피고인의 이익으로

고해성사를 하면 잘못한 죄가 없어질까요. 교회가 대형 세탁소도 아니고 매주 인간들의 죄를 사하여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결백하다고 법이 저절로 지켜주는 것도 아닙니다. 피의자로 가만히 있다가는 범인으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유능한 변호사가 필요했습니다. 10년 지기 연락처로 로펌을 알아보니 착수금 천만 원부터 출발합니다. 일단 면담을 잡았습니다. 가장 상태가 좋아 보이는 10명의 변호사들과 상담을 했습니다. 변호사들은 앞다투어 'Pick me, pick me' 본인을 써달라며 희망을 팔며 굽신거립니다. 선택장애가 있던 터라 고민이 되었습니다.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형사 사건의 저승사자, 그가 왔다

대학 동문인 박 변호사는 ‘명문공대를 졸업한 크리에이티브한 해결사’라고 자신을 PR 하고 있습니다. 실수로 죄를 지었어도 2~3배의 수임료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양형을 받아준다고 했습니다. 역시 자본의 힘은 위대합니다. 키 크고 잘생기고 지적이고 유려한 언변이라면 누구라도 빠져듭니다. 그는 선택지로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죄를 인정하면 쉽게 갈 수 있고 양형을 받아내는데 집중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인데 거짓으로 시인하라는 말이냐? 변호사가 되어 진실보다는 이해타산적이냐?”라고 따져 물었더니, 현재로서는 증거목록조차 알 수 없으니 공판까지 기다리든지 입장을 정해달라고 합니다. 그의 승률이 높은 이유는 이길 수 없는 사건은 맡지 않는 비겁한 철칙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판검사출신의 변호사들의 입장이 궁금해서 약속을 잡고 만났습니다. 이들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혹은 로스쿨을 나와서, 오랫동안 법조계에 몸담은 순혈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원칙과 법리에 정통합니다. 판례를 머릿속에 꿰고 있으며 다양하게 법의 구멍을 파고들 수 있는 능력자들입니다. 불합리한 경찰 수사단계보다는 검찰이나 재판에서 효과적입니다.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이 검찰에서 결과가 뒤집혀 불기소될 확률은 15% 이내입니다. 그리고 기소되어 공판에서 무죄를 받을 확률은 5% 내외로 더 어렵고요. 재판에서는 모든 증거들을 알 수는 있지만 승소확률은 점점 희박해집니다.

그렇기에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은 초기 수사대응에서 제법 쓸모가 있습니다. 경찰 수사기법과 심리를 알고 있기에 조직에서 선후배와 전관예우를 찾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혐의를 벗는 것이 절실했기에 두 부류의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실력은 기본이고 재판을 대비해서 화술이 뛰어난 선남선녀를 택했습니다. 덕분에 8개월의 고된 싸움이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존재만으로 빛이 나고 힘이 되는 그들이니까요.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은 GPTs에 맡기니 어벤저스팀이 꾸려졌습니다. 보통 형사사건에는 성공보수가 따로 없지만 동기부여를 위해 특별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무죄를 이끌어 내면 원하는 그 미술작품을 구해주겠다고 말입니다. 때문에 평소 클라이언트이기도 했던 콧대 높은 변호사들이 매달 중간 보고도 해주시고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겸사겸사 아름다운 분들과 대면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In dubio pro reo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기본이지만 의도하지 않게 형사와 날을 세우면서 경찰에서는 단서를 얻을 수 없었기에 검찰로 송치되기만 기다렸습니다. 킥스 (형사사법포털 https://www.kics.go.kr )에서 송치를 확인하자마자,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증거 탄핵을 시작했습니다. 인권침해와 부실수사를 지적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바로 보완수사를 이끌어 냈습니다. 2023년 6월 30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사진행통지서를 통해서 S 경장의 담당팀장 ICW 경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팀이니 비슷한 사람이겠거니 연락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웹크롤링으로 졸업 후 임관부터 지금까지 논문, 장기 해외연수, 인사이동, 언론보도 등 참고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우리는 만난 적 없지만 몇 장의 사진으로 당신 얼굴은 알고 있습니다. AI로 닮은 사람을 찾아보니 배우 김병철 혹은 티모시 샬라메가 보입니다. 두 배우의 외모 편차가 너무 크다고요? 저도 고도근시로 소용돌이 안경을 썼던 흑역사가 있지만 라식수술을 하면서 탕웨이 혹은 지수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인간을 정죄한다는 것이 오만은 아니었을까요. 사회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정치는 필수이니 행정적 제재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AI 변호사의 판례분석은 만족스러웠고 설령 공판에 가더라도 난공불락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짰습니다. 무고한 고소인부터 위계 공무집행방해를 일삼은 참고인들은 일망타진하기로 판을 크게 벌였습니다. 문제는 수사심의에 대한 부분입니다.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데, 대통령령의 수사준칙 법규명령에서는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뭐 공부하는 셈 치고 열심히 한 번 해보기로 하지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수사기관이니 국민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통제와 수사구조개혁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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