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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Dec 23. 2020

행운은 없다. 행운이 있을 뿐

행운(幸運)은 행함이 없는 모든 사람을 돌아보진 않는다

행운의 클로버

어느 가을날, 다리가 아파서 나는 매일 하던 달리기를 하지 못해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근무하는 대학 내 잘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자연이 주는 안정과 행복을 느끼며 걸었다. 소나무 숲을 지나 평지를 걷다가 소로 옆에 토끼풀이 많이 있는 것을 보았다. '행운의 클로버를 찾아볼까?' 마음의 소리를 따라 발길을 멈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잎 클로버가 눈에 띄었다. 어느새 나는 행운을 얻기 위해 주변의 수많은 세 잎 클로버, 행복을 짓밟고 있었다.  행운이 뭐길래? 아무튼 행복을 짓밟고 얻은 행운의 네 잎 클로버. 사무실까지 가져오는 동안 축 늘어지긴 했지만 잘 펴서 책 속에 보관했다.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 내심 바라는 것이 있어서 그 일이 이루어지려나 하는 기대심이 생겼다. 내 인생에 첫 번째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원고를 90개가 넘는 출판사에 투고한 상태였다. 내 원고를 검토한 출판사에서 좋은 제안을 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시간은 하루, 1주일 지나고 있었던 때였다. 마음은 초조해졌고 매일 아침 출근하면 메일에 답장이 왔는지 확인부터 했다. 응답이 없는 메일함을 보고는 한숨을 쉴 때가 많았다. 1주일이 지나니 출판사로부터 응답이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000의 김** 에디터입니다. 우선 저희 출판사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획팀에서 회의를 거쳐 성심껏 검토해본 결과 아쉽게도 본사의 출간 분야와 방향과는 차이가 있어 원고를 정중히 반려드리오니 혜량 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선생님과 뜻이 맞는, 역량 있는 출판사를 만나시기를 기원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 드림   


정중한 거절만이 연일 접수되었다. 낙심에 낙심을 거듭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쨌거나 출판은 한 곳의 출판사와만 계약하니 긍정의 답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계약 의사가 있는 2개의 출판사가 나타났다. 1주 동안 고민과 검토를 한 후에 2개 출판사 중 1곳으로 결정했다. 어쨌든 내 인생의 첫 책 원고를 준비하여 투고하였는데 계약하자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만족했다. 결국 행운의 네 잎 클로버는 이렇게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90 여개의 출판사에 투고한 수고와 노력의 결과였다.


 幸運(행운)은 없다. 오직 行運(행운)이 있을 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幸運(행운)은 없다. 오직 行運(행운)이 있을 뿐이다. 자기가 행한 것 위에 운이 따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행함으로 운을 담을 그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행함의 결과로 만들어진 그릇이 접시일 수 있고, 밥그릇일 수도 있고, 항아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만들어진 그릇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담기는 운의 크기도 다르다. 결국 그릇에 담긴 운의 크기가 일의 성사를 결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20년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책, '더 해빙'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행운은 우리의 노력에 곱셈이 되는 것이지 덧셈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행운이 덧셈으로 온다면 노력이 ‘0’이어도 행운이 올 수 있겠죠.”
“아, 그렇겠네요. ‘0+행운=행운’이 되겠어요.”
“하지만 행운의 법칙은 그렇지 않아요. 행운은 곱하기죠. 내 노력이 0이면 거기에 아무리 행운을 곱해도 결과는 0이에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에요.”
“이제 알 것 같아요. 노력한 것을 몇 배로 돌려받는 것이 행운이란 말씀이시군요. 그 결과에 감사하고, 그 마음으로 계속 노력해서 더 커다란 성과를 얻고…, 그렇게 선순환을 이루는 거군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 뒤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짜를 원하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일은 없답니다. 30년 동안 수많은 상담과 사례 분석을 해봤지만 그런 경우는 한 번도 못 봤어요.”


행운은 우리의 노력에 곱셉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공감한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말들은 어릴 때부터 자주 들으며 자랐다. '불로소득(不勞所得)'이라는 말, 또 '나간 사람의 몫은 있어도 자는 사람의 몫은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도 있다. 이 말들은 行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모든 것이 行한 것 위에 運이다. 運은 움직인다. 어디로? 더 많은 行함의 조건을 쌓은 쪽으로 이동한다. 또는 行함의 조건은 더 적을지라도 뜻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행운(幸運)은 행함이 없는 모든 사람을 돌아보진 않는다
벌떡 일어나 여건을 찾아 나서는 사람,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스스로 여건을
 만들어내는 사람만이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행운을 불러온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 알렉스 로비라 셀마의《행운》중에서 -

스스로 행운을 불러오는 여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行한 자다. 행운의 사람이 되고 싶으면 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대 로마의 소설가 아풀레이우스는 행운의 여신을 눈이 없는 장님이라고 묘사했다. 그래서인지 그림들을 보면 행운의 여신이 눈을 가린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행운의 여신이 있다면 장님이 아니라 독수리 눈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들이 行하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건과 때가 맞으면 행운을 더해 주는 것 같다. 고로 幸運(행운)은 혼자 오지 않고 行運(행운)이 함께 온다. '행운(幸運)은 행함이 없는 모든 사람을 돌아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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