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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r 13. 2020

#_전화 한 통

목소리로만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요즘은 전화벨이 울리는 일보다는 카톡이 울리는 일이 훨씬 많다. 물론 나는 예외다. 나는 카톡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았다. 단톡이나 개인톡 모두 나에게는 알람이 뜨지 않는다. 그래서 수시로 메시지를 확인하는 편이다. 

알람을 켜놓지 않은 것 때문에 간혹 오해를 받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오해하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과도하게 쏟아지는 메시지의 폭포 속에서 나 자신을 지켜야만 하니까 말이다.


카카오톡으로 30분 해야 할 이야기가 전화로는 5분 안에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카톡으로는 짧게 주고받았을 이야기가 직접 통화하면 말하다보면 서로 길어져서 1시간을 넘기기도 하니까.

중요한 건 수많은 이모티콘이 나와도 여전히 목소리로 전해지는 감정까지 다 담긴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통화에는 문자나 카톡과는 전혀 다른 결이 있다. 목소리에게 전해져 오는 그 느낌이 좋다.(물론 사람따라 다르다.ㅎㅎ) 무엇보다 소통의 즉각성이 좋다. 문자처럼 내가 보낸 글을 읽었는지, 읽었는데 왜 답장을 안 하는지, 답장이 왜 성의가 없는지 등등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도 상당한 감정노동이다. 물론 모든 대화가 그렇진 않지만, 아마 감정노동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부분 이해할 것이다. 내가 카톡으로 주고받는 메시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뺏기는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스스로 자신이 처해진 환경을 왜곡하게 된다. 


반대로 전화는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눈처럼 녹여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카톡의 관성에 빠져 간단히 통화로 얼마든지 짧고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잊고 있었다면, 지금 노란앱 대신 수화기모양을 버튼을 눌러보자. 스팸전화 말고, ARS로 녹음된 기계식 음성 말고, 콜센터 직원과 통화한 거 말고,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좋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그에게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고 말하자. 그 사람을 생각한다는 건 서로의 관계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 그걸 카톡 메시지로 “잘 지내지?”라고 보내지 말고, 수화기 넘어 어딘가에서 나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한 그에게 직접 말해보자. 문자만 하는 관계보다는 편하게 통화할 수 있는 관계가 훨씬 더 의미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다가 오랜만에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목소리를 듣고 안부를 묻는 순간만큼은 어릴 때와 같다. 비록 1분 1초의 짧은 통화지만, 그래도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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