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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25. 2019

#_환대의 기쁨

마음으로 맞이하는 만남의 행복

참 예쁜 부부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토요일 독서모임을 마치고, 고속버스를 타고 원주로 갔다. 손에는 하루키의 소설이 있었고, 가끔 창밖을 보고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책을 읽다를 반복하니 금세 도착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전화를 하니 이미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렇게 멋진 두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애칭은 시나몬 커플.


도착 시간이 3시가 넘었지만 늦은 점심을 같이 먹자고 출발 전에 이미 약속한 터라 바로 예약한 음식점으로 갔다. 더덕구이정식이었는데, 나오는 모든 반찬이 맛있었다. 물론 3시까지 점심을 안 먹은 것도 한몫했을 터. (그래도 배고파서 맛있는 것과 음식 자체가 맛있는 것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장소는 음악회였다. 함께 활동하는 합창단 지인들의 공연이라고 해서 원주 <치악예술관>으로 이동했다. 지인들(?) 공연이라고 해서 거의 기대 없이 봤는데, 이게 웬일인가? 다들 실력이 상당히 출중했다. 특히 한 성악가분은 그날 바로 팬이 되었다. (운 좋게 사진도 찍었다.)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이동했다. 점심을 늦게 먹어 저녁은 치킨을 먹으며 여유 있게 대화하기로 했다.


집도 두 사람처럼 아기자기 참 예뻤다. 서재를 구경하고, 두 사람을 위해 각각 준비한 책을 선물했다. 두 사람은 술을 못 마시는 상황이라 한 병 남은 맥주는 내가 마시고, 둘은 스파클링 음료를 마셨다. 그렇게 앉아 3시간을 넘게 대화했다. 기분이 좋아 말이 조금 많아졌다. 책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는 거보면 아직 내 수준도 알만하다. 책 이야기, 교육 이야기, 꿈 이야기, 사회 이야기까지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어느덧 10시 반, 서울로 가는 막차가 11시라 서둘러 일어났다. 다시 터미널까지 배웅해준 시나몬 커플.


참 고마웠고 따뜻했다.

생각해보니 둘만 사는 집에 혼자 초대받아 가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잠시 머물렀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의 좋은 에너지와 서로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빛이 함께 있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듯했다.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진심 어린 감사인사를 건네고 작별인사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환대(歡待)에 대해 생각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


생각해보니 하루 전날은 내가 갑자기 찾아온 벗과 만나 환대해 주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그에게 도움될 만한 책을 선물했다. 반가운 손님을 맞아 즐겁게 대접했을 뿐인데 참 고마워했다. 그게 더 고마웠다. 그렇게 금요일엔 주는 기쁨이 있었고, 토요일엔 받는 기쁨이 있었다. 그 기쁨의 뿌리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공감이 있다. 나와 너를 구분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열린 마음을 서로가 느꼈기에 더 반가운 게 아니었을까?


종종 좋은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행복한 미소로, 때론 아픈 마음으로, 따뜻한 눈빛으로 내 마음의 벽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환대해주고 싶다. 더 마음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자세히 보고 느껴야 알 수 있는 관계의 기쁨이 있다. 오늘은 내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환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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