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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Jul 15. 2023

식물과 함께 하는 삶

사랑이란

          리콘에는 내가 가꾸기 적당한 만큼의 식물이 언제나 함께한다.     

  

사랑은 발신보다 수신이 더 중요하다. 


  일단 상대가 원하지 않는 애정은 주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 양과 형태 또한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사랑이다. 


  애정과 관심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구속하고 통제하는 등의 어리석은 행동을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저지른다. 악의 없이도 타인에게 얼마든지 상처를 줄 수 있다. 꼭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같은 모든 친밀한 관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생각하지 못하고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상대를 괴롭게 만드는 행동의 그 뿌리가 악의가 아닌 사랑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마음을 불편케 하는 표현을 번역과 해석을 거쳐 사랑으로 수신하는 것도 잠시다. 늘 그렇게 통역이 필요한 관계라면 함께 하는 것이 괴롭고 불편하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고양이의 언어를 배워야 하듯 진정 그 사람을 아낀다면 상대의 언어로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나와 다른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해가 아닌 인정이다. 이해할 수 없어도 인정할 수 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사랑이다.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사랑에 관해 선명히 깨닫게 해 준다. 사랑은 발신보다 수신이 더 중요한 거라고. 내가 물을 주고 싶을 때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식물이 필요로 할 때 적절히 줄 수 있어야 비로서 그것이 사랑으로 전해진다. 지금 부족한 것이 햇빛인지 바람인지 물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들여다보아야 보인다.


  집에서 키우던 몬스테라가 무성해져 조심스레 가지를 잘라 한동안 물꽂이를 해 두었다. 그것을 리콘으로 가져와 흙이 담긴 화분에 조심스레 옮겨 심었다. 이 사랑이 실패할지도 모르겠지만 더듬더듬 알아가며 잘 가꾸어 보아야겠다. 



 화분에 옮겨 심은 몬스테라
 리콘에서 가장 인기 많은 블루스타펀
 산책하다 마주한 이촌동 어느 집. 아름다운 식물들로 길 위의 갤러리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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