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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Jul 11. 2023

어른들의 진로 교실

나만의 일을 디자인하세요

 리틀콘크리트에서 홈베이킹 수업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어른들의 진로 교실'은 그때 떠오른 단어다.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아니 쉰이 되어서도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며 진로 교실은 어린이와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숨 가쁘게 변해 가고 평생 직장과 평생 직업의 개념 또한 옅어진 시대다. 비록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상상의 동물 유니콘처럼 아득히 느껴지지만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 작은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 열망으로 남아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 어른들은 효율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획일적인 교육 제도 아래 줄 세우기식 무한 경쟁에 익숙한 세대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랬다간 길을 헤매고 생존과 경쟁에 뒤쳐지고 만다. 대학의 전공은 그저 입학 성적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거나 취직에 유리한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스레 여겨졌다. 그렇게 자신의 취향과 적성을 잘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우리는 쫓기듯 직장을 얻고 떠밀리듯 결혼과 자녀 교육에 책임을 다하느라 나를 돌아볼 여유는 통장 잔고처럼 늘 빠듯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리며 그간 학교와 입시라는 유리 온실에 갇혀 이토록 다양하고 재미난 세상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 분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직업 선택을 앞두고 나는 그간 생각 없이 해온 이 게임에서 빠져나와야겠다 생각했다. 무작정 달리거나 경쟁하지 않겠다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찾지 못하면 만들어서라도 더 이상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일이란 옷과도 같다. 오래도록 편하게 입을 수 있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있듯이 내게 꼭 맞는 일이 있다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에겐 기성복이 그런 옷일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스스로 디자인한 옷일 수도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남이 디자인한 옷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에게 맞는 옷, 그러니까 일을 스스로 디자인해 입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물론 일은 생계유지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그것만으로도 숭고한 가치를 지닌 노동이다. 우리는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일을 하며 보낸다. 그러나 내가 소외된 노동 속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단 한 번의 삶이라는 기회가 아깝진 않을까. 단순 밥벌이로서의 일을 너머 일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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