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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Jul 14. 2023

'리틀 콘크리트' 옆 '리틀 포레스트'

나의 한강

         

토끼굴 너머로 한강을 바라볼 때면 어쩐지 짜릿하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듯 저 너머로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 같은 상상에 가슴이 띈다. 분주하기만 한 서울에서 이렇게 통로 하나를 두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하다니! 한강은 내 마음의 오아시스다.


  데이비드 소로우에게 월든 호수가 있다면 나에겐 한강이 있다. 리콘이 이촌동에 터를 잡은 2017년도부터 사친첩엔 모든 계절과 모든 날씨의 한강 사진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강 하면 하나의 표정을 떠올리겠지만 매일 같이 걷고 달리다 보면 단 하루도 한강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자연은 한순간도 같은 법이 없다. 서울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해질 무렵 한강을 걷거나 자전거로 달려 보기를. 


 
  해질 무렵 한강 산책을 가장 사랑한다.


  소음과 매연을 내뿜는 차를 옆에 두고 걷는 것과 자연 속을 거니는 것은 그 느낌이 참 다르다. 살아 숨 쉬는 것들이 주는 생기와 에너지 덕분일까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뉴욕 센트럴 파크 설계에 참여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Fredrick Law Olmsted)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시에 자연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실내에서 식물과 함께할 때 볕과 물만큼 중요한 것이 통풍이다. 시들해 보이던 녀석들을 밖으로 꺼내어 바람을 쏘이면 금세 생기를 얻는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식물도 산책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시들해지는 날이면 리틀 콘크리트 옆 리틀 포레스트, 나의 한강으로 사뿐이 산책을 떠난다.


 5월의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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