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는 말은 설레임이다.

앞에 놓인 무게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그리워해 보자.


'그립다'는 단어를 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애절한 사랑의 청춘에게나 어울리는 독백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집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낙서장.


대학원 시절, 조교와 학실을 관리하면서

학비를 보태고 있었는데, 그때도 기록하고 남기는 것을 좋아했기에 학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낙서를 할 수 있는 노트를 하나 만들어 회실 책상에 슬쩍 올려놓았더니 신기하게도 하나, 둘 이야기가 쌓여갔다.


연애, 짝사랑, 학업의 힘듦, 시 구절, 그때는 노래가사도 꽤 많은 페이지를 차지했었지.

그리고 학생들이 내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글도 발견했다.

청소도 잊은 채 20년도 지난 낙서장을 찬찬히 보고 있으니 갑자기 그립다.

딱히 무엇이 그리운 지는 선명하지 않지만 그냥 그립다는 것이 또렷해졌다.


그리움이 이런거구나.


꼭 사랑이 교집합 되어야 생기는 감정이 아니구나.

그리고 참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 온 누구나

작은 그리움 정도는 가지고 살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립다는 말은 설레임이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한권의 책일 수도 있고
한 곡의 노래일 수도 있다.

그리워하자.
앞에 놓인 무게를 살짝 내려놓고
무엇이든 그리워해 보자.

친구, 일기장, 오래 전 사진,
톡톡 내리는 비, 온 하늘 붉히는 노을,
달달한 케잌 한 조각.

그리움은 설렌다.
설렘은 삶의 조미료 같은 것이다.


글과 글씨, 작은우주인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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