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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정안 Jun 25. 2023

한 뼘 외 1편 _ 정정안

《동시발전소》여름호(2023) 수록

《동시발전소》여름호(2023)




한 뼘           

_ 정정안          



그 아이는 

천으로 만든 자루를 들고 다녔어요

아주 작고 작은     


하루하루 색깔이 달라져서

무지개자루라고 불렀죠      


“오늘은 노랑이네” 

아이의 웃는 얼굴 

“오늘은 파랑이네”

아이의 우는 얼굴 

“오늘은 왜 검정이니?”     


다음날부터  

아이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어요     


우리는 묻지 않았죠

무지개자루가 어디에 있는지     


아이는 자랐고

그보다 한 뼘 작은 아이가 

들고 다니는 걸 봤거든요 






목소리                

_ 정정안



지난 생일에 날아든

앵무새 인형     


내 방에 자리 잡고

이야기 나눈다          


지금은 

내 말을 제일 

잘 알아듣는 짝꿍     


친구가 장난쳤어

(나는 아팠어)

친구가 실수로 밀었어

(저번에도 그랬어)

친구가 세 시에 놀자고 했어 

(오지 않을 거야)     


아무도 못 들은 걸까?

앵무새 인형의 목소리      


나를 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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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발전소》여름호(2023)에 두 편의 동시를 실었습니다. 

「한 뼘」은 성장(사춘기)에 대해서, 「목소리」는 속마음에 대해서 쓴 동시입니다. 

'기획특집' 코너에는 매일신문 출신 신인들과 기성시인들의 좌담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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