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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ul 19. 2023

단어를 선물해요

매일 훈련

'예민함'

단어로 문장 만들기 훈련을 해본다.

'예민함'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참 많아서, 어렵지 않다. 당장 방금 있었던 일이다. 아이의 영어 선생님께 주 정도 수업을 못 갈 것 같다는 말을 하고서도 왜 내가 불편한 것일까. 여름방학을 맞아서 우리 동네를 떠나 친정으로 가서 보름정도 있다 올 계획을 세웠다. 그러려면 여기서 다니는 영어학원을 못 가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서 좀 놀고 쉬고 오자고 아이와 함께 결정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월말, 월초라는 기간이 걸리다 보니, 학원 결제일이 끼어있게 된다. 내가 2주 정도 안 가겠다는 말에서, 선생님이 다음 달 학원을 옮기려나 보다라고 생각하실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 내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대가 예측 가능한 것까지, 내가 먼저 지레 짐작하여 추측하고 염려하느라 에너지가 쪽쪽 닳는다. 이런 게 예민한 성격이 가진 함정인가. 커피숍에서 누구와 대화할 때면, 상대방의 말투, 분위기, 표정을 읽어대드라 혼자 많은 에너지를 쓴다. 이렇게 전화 상으로 혹은 문자 상으로 얘기를 하면서도 상대가 추측할 법한 상황까지 다 계산하느라 진이 빠진다.



외계인, 불사조, 불바다


이번에는 세 단어다. 아이에게 떠오르는 세 단어만 달라고 했다. 이걸 가지고 한 단락을 만들어보자.

인간이 만들어 낸 상상의 동물 '불사조'는 영원불멸의 욕망이 엿보인다. 인간이 실제로 있을 것이라 믿는 구석이 많은 '외계인'. 우리 은하 밖 저 넓은 우주에 우리 사람과도 비슷한 사람 '인'자를 쓸 만한 외계 생명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과학적으로는 사람 '인'자를 쓰는 것보다 '외계생명체'라 부르는 것이 어울리겠지. '불사조'와 '외계인' 모두 유한한 시간, 넘을 수 없는 공간에 대한 한계를 자각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단어다. '외계인은 불사조다.'라는 문장은 어떤가. 불과 물의 만남과 같다. 안 섞인다. 그러면서도 한 곳에 어우러졌을 때 기이한 느낌을 연출하는 '불바다'같은 이미지다.


문장을 매일 훈련하면 조금씩 좋아집니다. 예를 들어 아무 단어나 생각나는 대로 열 개만 적어놓고, 하루에 열 문장씩 짧은 글쓰기를 하는 거예요. 한 단어당 한 문장씩, 그 단어가 들어가게끔 문장을 만들면 돼요. 이과정이 재미있다면 딸기, 시인, 우체부라는 단어를 가지고 한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세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열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는 거죠. 이런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지면 문장 만들기에 재능이 있는 거예요.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단어를 가지고 문장을 만드는 일이라. 나는 그런 일은 하루종일 하래도 할 수 있다. 전혀 지겹지가 않다. 그렇다면 나는 재능이 있는 것인가. 정여울 작가가 재능이 있는 거라고 하니 반갑다.


몰랐다가 알게 되었다.

내게는 찰나의 순간을 캐치하는 능력이 있었다. 함께 여행을 간 가족이 있었는데 택시를 타고 사십 분 정도 가야 했다. 어린 대여섯 살 아이들 두 명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차를 오래 타는 걸 싫어해서, 그 아이가 좀 편하게 가도록 택시 안에서  좀 놀아줘야 했다. 그때 우연찮게 쓴 방법이 퀴즈였다. 오늘 우리가 함께 본 어떤 사소한 '그것'에 대해 내가 힌트를 주며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이를테이런 식으로. 


우리가 아까 음료를 시켜놓고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잠깐 기다렸잖아. 그때 있었던 거야. 그건 작고 우리 옆에 있었어. 잠시동안 우린 모두 그걸 봤는데, 우리가 다 싫어했어. 그건 검은색이야. 그리고 그건 원래 그 자리에 늘 있었던 것은 아니야. 한국에서도 우리는 몇 번이나 그걸 볼 수 있었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식의 일상 속의 사소한 소재 퀴즈 내기는 나는 백가지도 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아주 사소한 것을 떠올려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고 맞혔다. 함께 간 지인이 그때 나의 이런 능력을 높이 사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요'라며 놀랄 때, 나도 놀랐다. '게 잘 안된다고요. 전 너무너무 쉬운데요. 이런 건 하루종일도 할 수 있어요.' 정답은 '파리'다. 람은 자기가 아무렇지 않게 잘 해내는 것을 남도 그런 줄 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안 순간 놀랄 때가 있다. 그게 말 그대로 타고 난 재능 아니던가.


짧은 글쓰기를 즐겨보세요.
친한 사람에게
"네가 좋아하는 단어 세 개만 선물해 줘."
"아무 단어 세 개만 선물해줘."
라고 말해보세요.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소나기, 햇살, 발돋움

오늘의 세 단어를 선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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