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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r 24. 2022

다이아몬드처럼 고귀한 사랑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읽고

   

 여자의 존재란 무엇일까? 여자의 인생이란 무얼까란 생각이 든다. SNS에서 행복해 보이는 결혼한 여자들의 모습은 진짜일까? 비혼주의를 선언하며 혼자만의 삶을 일구어나가는 여자들은. 이 세상에 행복한 여자들이 있을까? 굳이 찾자면 아직 결혼의 압박을 받지 않는 젊은 이십 대 초중반의 여자들이 아닐까. 그마저도 생계곤란이나 폭력에의 노출이 없을 경우에만...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란 소설이 발표된 지 14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소설의 시대적인 아픔이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봉꾼인 남편과 사는 여자, 그들의 하녀를 임신시키는 남편,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들마저 방탕한 삶을 사는 이야기... 


 2021 젊은 작가상 대상 작품인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도 줄거리는 다르지만 비슷한 결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이 든 남자와 젊은 여자, 선택받는 여자와 선택받지 못한 여자, 매력적인 여자와 매력적이지 못한 여자. 늘 반복되어온 이야기.


 어느 소설에선가 인생 최대의 사치는 ‘사랑’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사랑하며 사는 부부는 정말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소설 속 문장처럼, “아침밥을 차려주는 전업주부 아내와 두 명의 자녀로 구성된 4인 ‘정상가족’을 이상적인 삶의 형태로 여기는 2020년대의 희귀종”이 여전히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니깐. 그러면서 소설 속 남자들처럼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에요.”라고 내뱉곤 하겠지? 여자들이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 로코물이 인기 있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환상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이 확실한 듯하다. 이쯤에서 오래전에 결혼한, “난 오직 남자 능력만 봐.”라고 말하는 여자 친구가 이해되기도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게 아닐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릿하고 찝찝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나까지도 마음이 음울해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어둠으로만 침잠해가지 않아서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반격!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은 작가의 메시지. 다이아몬드가 귀한 이유는 그 희소성과 가공의 어려움에 있듯이,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아름다운 매력을 가꿔온 사람들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만나면 현실을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이야기가 아닌 그들만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말 그대로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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