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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pr 29. 2023

사랑에 관한 단상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

사랑에 관한 단상

https://youtu.be/3w5iMGSHvsE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첫사랑>을 즐겨 듣는다. 아련한 첫사랑의 느낌이 너무 좋다.

내가 첫사랑에 관한 소설 중 가장 좋았던 건,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이었다.



스물 한 살에 읽었던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해 완전히 무장해제 되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문장 하나하나가 맑고 투명할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며 놀랐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 속 문장처럼 정말 투명하고 맑은, 순수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p22

 그때 어린이의 눈에 비치는 동경의 세계는 한없이 맑고 깨끗한, 사랑의 세계인 것이다. 그것은 온 세계를 감싸는 사랑이며, 맑게 빛나는 눈동자가 그를 향해 빛날 때 타오르는 사랑이며,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때에 기쁨이 넘쳐흐르는 사랑이다. 그것은 옛날부터 수치를 잴 수 없는 사랑이며, 어떠한 측량기구로도 깊이를 잴 수 없는 샘물의 원천지이며, 아무리 퍼내어도 바닥이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인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아는 사람이면 사랑에는 척도라는 것이 없다는 것, 다만 사랑을 하려면 온몸과 마음을 다해 고스란히 바쳐져야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p35

나는 소년이 사랑할 수 있는 만큼 그녀를 사랑하였다. 어릴 적 사랑은 나이든 사람들보다 더 진실되고 순수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p49

나는 가끔 젊은 처녀와 젊은 청년들이 가엾게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사랑이라든지 연애를 떠나서 이런 우정 관계를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들은 손해를 보는 셈이지요. 처녀들은 자기들 자신의 영혼속에 무엇이 잠자고 있는지를 알 수 없으며, 남자 친구와의 진지한 대화에 의해 마음이 일깨워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청년들도 역시 진실된 여자 친구의 충고를 듣고 얼마나 많은 기사적인 덕망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 충고 속에는 항상 사랑하고 있다는 순수한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p97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절대로 세속적인 축복이 아니다. 오직 바라는 것은 서로의 영혼이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 쳐다보며 지상에서의 짧은 여행을 함께하고 싶다는 것과, 그 여행을 하는 동안 그녀가 고통스러워할 때 나는 그녀의 지팡이가 되고, 내가 외로워할 때는 그녀가 나의 위안이 되고 따스한 보호자가 되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p168

어린 아이에게 너는 어째서 태어났는가 하고 물어 보십시오!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너는 무엇 때문에 피었느냐고 물어 보십시오!  저 하늘에 빛나는 태양에게 왜 빛나고 있느냐고 물어 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위 문장들을 적어놓고 곱씹었다. 정말 이렇게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세속적인 수치들이 순수한 사랑을 가로막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자기와 비슷하거나 또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을 원한다. 또는 직장 실직이나 질병, 재난과 같은 삶의 시련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사람들도 많다. 나약한 사람들은 쉽게 비겁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순수하게 사랑을 지키기란 어렵다.




 사랑에 관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으로 본 건, 스무살 때 봤던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 레터>이다. 이름이 같은 두 주인공이 시간을 넘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 참으로 안타깝고 애절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 사랑은 엇갈리고 또다른 사랑을 만나고 그렇게 끝을 맺는다. 소설 <어린 왕자> 속 대사처럼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깨달음과 함께...


 여주인공이 들고 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상징적으로 기억에 남았지만, 실제로는 읽기가 꽤 난해하고 어렵다고 들었다. 내용 그 자체보다는 제목이 주는 효과가 큰 것 같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실제로 서로에게 끌렸던 시간들을 놓치고 말았으니... 그리하여 영화가 더 절절히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안타까운 사랑과 행복한 사랑 중 택하라고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사랑을 선택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쉽지 않다. 순수했던 젊은 시절에는 상황과 여건이 충분치 않아 사랑에 실패하고, 나이들어서는, 순수함이 퇴색되버린다. 이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다해도, 세상이 가만히 두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랑이란 그렇게 이루기 어려운 것이어서 영화든 소설이든 노래든 그렇게 많이 회자되나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지만 기적처럼 이뤄낸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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