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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19. 2020

그 순간 절필할 뻔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핸드폰 알람이 미친 듯이 울렸다. 브런치 알람 소리였다. 


'엥?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 폰을 열어 보았다. 브런치 앱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조회수가 이미 1만이 넘었다! 말로만 듣던 다음 메인에 오른 건가? 너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내 글의 댓글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실시간으로 악플이 달렸다. 물론 나를 응원하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부정편향이라 했던가? 선플보다는 악플이 내 눈에 계속 들어왔다. 나에게 다짜고짜 욕설 댓글을 단 사람들도 있었다.(물론 바로 지우긴 했지만...) 악플을 받아보는 것은 생애 처음이었기에, 하루 종일 멘탈이 붕괴된 상태로 있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이 글이 문제의 글이다. 이 글은 '승진은 나쁜 것이다.'라는 내 의견을 주장하는 글이 아니라, 승진을 포기하고 그 시간을 내 가치에 맞는 곳에 집중하고자 하는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힐링용으로 쓴 글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볼 줄 몰랐기에(당시 내 글의 하루 조회수는 평균 20도 안됐음...), 그 당시 떠오르던 생각들을 가감 없이 글로 옮겼다. 좀 편파적으로 글을 적기도 했다. 


헛... 근데 아뿔싸... 그 많고 많던 글 중에 하필이면 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버렸다.

'하... 다른 좋은 글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논란이 될 수 있는 이 글이 오르다니... ㅠㅠ'


하루 만에 조회수 3만을 찍었다. 많은 승진과 관련된 사람들이 나에게 비난의 댓글을 달았다. 악플이 많아질수록 상처를 받았다. 조회수가 오르면 오를수록, 또 악플을 받을까 두려웠다. 심지어 내 글은 교장, 교감 선생님이 4만명 이상이 가입이 되어있는 카페에 공유가 되기도 했다. 혹시나 우리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이 내 글을 보고 나라는 것을 알아보시고, 따로 호출할까 봐 겁나기도 했다.


'역시 글을 안 쓰는 게 답이었을까?
 그래, 내 주제에 무슨 글쓰기야?'


더 이상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다. 괜히 글쓰기에 도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내가 속해 있는 자기 계발 커뮤니티 한달 브런치의 리더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리더님과 동료들의 응원과 위로를 들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다음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단 한 문장도 쓸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이래서 뭐라할 것 같고, 또 저렇게 쓰면 또 저래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계속 머릿속에 악플내용들이 떠올랐다. 4시간 동안 글을 쓰는 두려움에 사로 잡힌 채, 의자에 가만 앉아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당장 글쓰는 것을 멈추고 현재 내 마음상태를 살펴보았다. 두려움의 감정이 가장 컸다. '내 글을 읽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지는 않을까? 혹여나 내 주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내 곁을 떠나가지는 않을까?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닐까?' 또 한 편으로는 아쉬움의 감정도 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글을 잘 썼다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오해를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전문지식을 갖추었다면, 이렇게까지 의기소침해 있지는 않았을 텐데...' 그리고 분노의 감정도 발견했다. '아니, 지가 뭔데 나한테 함부로 말을 하는 거지? 그것도 초면에? 내 글을 제대로 읽어보기는 한 건가?' 섭섭함도 있었다. '진짜 내 의도는 이게 아닌데... 왜 사람들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막연한 두려움과 복잡한 감정들로 괴로웠는데, 이렇게 내 마음상태를 살펴보고 실체화시키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괜찮다, 괜찮다! 교실남!'


이틀간 내 안에 쌓인 부정적 감정들을 훅훅 털어버리기로 했다. 대신에 앞으로의 나 자신을 위해 지금 내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크게 3가지의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글을 쓸 때에는 독자들을 고려해서 써야 한다. 승진을 준비하는 분들 혹은 승진을 이미 한 분들의 입장에서 내 글을 읽어보았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내 글을 읽어보니, 기분이 나빴다. '아니, 지가 뭔데, 남의 인생을 이렇게 단정 짓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아뿔싸!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만 글을 썼구나!' 


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시각들을 고려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 글을 쓸 때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다양한 독자들을 고려한 글을 써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글을 쓰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글에는 내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각자 겪은 경험에 따라 글을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내 글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내 의견이나 생각을 쓴 글에서는 더더욱! 인정하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 의견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로 했다.


셋째, 좋은 글을 쓰려면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들을 쌓아야 한다. 내 글은 거의 뇌피셜투성이다. 객관정 정보와 논리가 많이 부족하다. 허점이 많기에 공격을 받기가 쉽다. 일단 나부터도 내 글에 자신감이 없다. 스스로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허점투성이, 뇌피셜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질의 독서와 풍부한 경험,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실력을 올리기로 했다.




그 사건(?) 이후로 난 되도록이면 다양한 관점에서 내 글을 여러 번 읽어보고 퇴고한 뒤에 글을 발행한다. 몇몇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 내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글쓰기, 독서를 통해 내 글쓰기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또다시 위와 같이 당혹스럽고, 두려운 일들이 나에게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직면하려고 한다. 내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고,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찾아볼 것이다. 이게 바로 나를 가장 빠르게 성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글쓰기 #악플 #미움받을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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