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희 초등 학생회의 이름은 YES입니다. YES는 Young Energy Student로 초등학생만의 young한 에너지로 학교를 잘 이끌어가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임원수련회 날, 초등 학생회 동아리 대표 하민이가 초등뿐만 아니라 중고등 오빠, 언니들이 다 있는 강당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올해 첫 출범한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생회 동아리 소개를 했다.
초등 학생회의 부서는 학습부(=지우개), 홍보부(홍보와 놀부), 체육부(=체육볶음부), 환경부(=농부) 이렇게 총 4개로 구성되었다. 6학년이 부장, 5학년이 차장을 맡았다. 각 부서마다 9~10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는데 주로 경험 많은 5, 6학년 주축으로 부서를 이끌어가고, 경험이 적은 3, 4학년 부서원들은 선배들을 보조하며 보고 배우도록 했다.
작년 임원수련회와는 다르게, 올해는 중고등학생 선배들과는 토의조를 구성하지 않았다. 작년에 보니, 중고등 선배들이 토의를 주도하고 초등 아이들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이 되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초등 대부분의 아이들이 주눅이 들어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올해는 중고등과 개회식과 식사만 같이 하고, 나머지 활동은 분리해서 운영하기로 했다.
중고등 선배들과 활동이 분리되니, 아이들은 전보다 훨씬 더 의욕적으로 활동에 참여했다.
"선생님, 이번에 레크리에이션은 저희 홍보와 놀부에서 한 번 주도해 볼게요. 저희 정말 자신 있어요."
"선생님, 점심시간에 저희 부서 회의실에서 따로 행사 의논해도 될까요?"
"선생님, 5월 행사는 저희 체육볶음부랑 홍보와 놀부랑 같이 콜라보해도 될까요?"
임원 수련회가 있기 1~2주 전부터 아이들은 각 부서별로 단체방을 만들고 점심시간마다 올해 진행할 행사에 대해 회의를 했다. 홍보와 놀부는 레크리에이션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PPT 슬라이드가 200개가 넘었다. 초등교사 학습 자료 사이트에 올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레크리에이션 이후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초중고 학생회 구성원 전체가 강당에 모여 그동안 부서별로 토의한 내용들을 발표했다.
"저희 체육볶음부는요. 1년 동안 총 4개의 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1학기에는 워터월드라고 전교생이 물총놀이를 하는 행사를 기획해 봤는데요. 하루 동안 2시간씩 저학년, 고학년 나눠서 운영을 하려고 합니다. 예산은 물총 40개, 물풍선 1000개 사면 약 2500위안 정도 나옵니다. 물 충전할 수 있는 풀장은 작년에 유치원에서 산 풀장이 있어서 그걸 빌리려고 합니다."
"저희 농부는요. 1학기 때 식물 키우기 대회를 열려고 합니다. 우리 학교에 텃밭이 있는데 작년에도 그렇고 그동안 학생들이 잘 활용을 안 했었는데요. 텃밭 활성화도 시키고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느끼는 게 이 활동의 목적입니다. 1달 동안 방울토마토를 가장 잘 키우는 사람에게 상품을 주려고 합니다."
"저희 학습부(=지우개)는요. 2학기 임원 수련회 때 홍보와 놀부와 함께 '보물을 찾아라!'라는 행사를 기획해 보았습니다. 작년에 컵스카우트 야영을 했을 때, 보물 찾는 활동 했던 거 기억하시죠? 그때보다 더 재미있는 활동 저희가 만들어보겠습니다."
각 부서의 부장들은 중고등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준비한 내용들을 차분하게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학생 대표 하민이가 앞에 나와 학생 건의사항과 해결책들을 발표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초등 전체 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건의사항을 모았는데요. 건의사항과 그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에는 교장 선생님이 각각의 부서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셨다.
"농부는 식물 키우기 대회 평가를 할 때, 정확한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열매를 많이 맺는 식물로 할 건지, 아니면 제일 줄기가 긴 식물로 할 건지 등 말이죠. 체육볶음부는 물총놀이가 활동적인 놀이이니 만큼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선생님인 내가 크게 개입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학생회를 보면서 지난 1년 동안 전교 어린이회에서 아이들과 여러 활동들을 하며 함께 고생했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그 모든 고생들이 이 아이들에게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작년에 겪었던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6학년으로서 후배들을 책임지고 이끄는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