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머 Jun 04. 2022

할아버지의 첫 햄버거

내가 살아온 30년이라는 시간보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할아버지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할아버지는 집에서도 정갈하게 외출복을 챙겨 입고 계시는 멋쟁이라는 사실과 내가 알던 성격보다  급한 성격이 , 연예인은 전혀 모르실  같은 분이 집에서 항상 트로트 CD를 듣고 계셨다는 , 그리고 80 넘어서야 햄버거를 드셔 보셨다는 .


내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우버거, 치킨버거, 불고기버거를 물고 뜯고 맛보는 동안 할아버지는 내가 사다 드린 롯데리아 버거를 음 맛보셨다.


햄버거를 사다 드렸을   할아버지는 놀랍게도 처음 드셔 보셨다고 했다. 물론 세상에 맛보지 않은 음식이 수만 가지지만 햄버거라는 음식은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흔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의례 “할아버지, 맛이 어떠세요?” 여쭤봤지만 할아버지는 진심을 다해 “맛있다, 맛있어답하셨다.


할아버지가 햄버거를 처음 드셔 보셨다는 말에 나는 꽤나 신나 할아버지가 처음 드실만한 음식을 찾아 사 오곤 했다. 그럼 할아버지는 “돈 쓰지 마라. 돈 쓰지 마” 하면서 맛있게 드시곤 했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곧장 방에 들어가 버리는 나쁜 손녀가 할아버지께 그나마 한마디 건네기 위해 한 노력이었다.


종종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작동법이 익숙하지 않아 주문을 하지 못해 부모님이 햄버거를 드시지 못해 속상하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적이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제 햄버거를 사기 위해 키오스크힐 만큼의 의지가 없으시다. 단순히 햄버거라서가 아니라 할아버지는 시작이 아닌 마지막을 생각하시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러니 증조할아버지의 산소는 산 중턱에 위치해있다. 할아버지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도착한 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인사를 건넸다. “이제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아요.” 할아버지의 거친 숨소리를 들은 나는 그게 진짜일 것만 같아 슬퍼졌다.


80이 넘어서야 첫 햄버거를 맛본 할아버지에게 몇 개의 햄버거를 나는 더 사드릴 수 있을까. 오늘은 햄버거보다 더 맛있는 간식을 사다 드려야겠다.


이전 01화 익숙함을 버려야만 하는 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