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이남순

by 이광

홍시

이남순


눈 감아야 보이는 사람

어둠 속에 동그란 사람


달빛 자락 흔들리는 파도 같은 생가지에


볼 한 번 부비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그 사람



‘눈 감아야 보이는 사람’은 육안으론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화자 곁에서 먼 길을 떠났으나 눈을 감으면 언제든 동그랗게 떠오르는 사람이지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심연이 있듯 우리 마음의 눈높이보다 조금 높은 곳엔 허공이 있습니다. 심연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묻어두는 곳이라면 허공은 꿈꾸는 곳이요, 그리움을 띄우는 곳입니다. 이 밤 그리운 그 얼굴은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처럼 허공에 떠 있네요.


홍시 하면 생각나는 나훈아 노래와 같이 이 작품 또한 사모곡인 듯합니다. 화자가 눈 감고 만나는 사람이 어머니가 아니라면 아마 이루지 못한 사랑을 노래한 연가이겠지요. 하지만 이를 따질 새도 없이 독자는 종장에서 그만 화자의 감정에 휘말리고 맙니다. 누구나 과거 어느 한 사람에게 좀 더 애정을 쏟아주지 못했던 일이 미련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게 후회가 되어 기억 속에서 종종 소환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초장과 종장은 전구와 후구를 행갈이 하여 독자가 한 번 더 호흡을 가다듬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중장의 ‘달빛 자락 흔들리는 파도 같은 생가지’는 어둠 속 마음의 허공이 접선하는 지점으로 삶의 곡절이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중장을 한 행으로 처리하여 잠시 시선을 멈추게 한 다음 종장에서 여운을 안겨주는 시인의 의도를 엿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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