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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로그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짐을 풀다

by 로컬일기

눈발이 날리던 날, 1톤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짐을 풀었다.

키우던 앵무새도 함께.

아버지와 둘이면 충분히 짐을 나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겨우 옮기며 이사비용을 아낀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한겨울의 시골 마을에서의 일과는

먹고 걷는 것으로 채워갔다.

도시와는 달리 한 겨울에도 해가 있는 날엔 꽤 포근한 날씨여서

하루 중 제일 따뜻한 시간에 바닷길을 걸었다.

해가 짧은 겨울을 그렇게 세끼를 챙겨 먹고 걸으며 유유자적을 즐겼다.


그때는 몰랐다.

겨울의 휴식이 그렇게 달콤한 것인지.

봄은 또 얼마나 바쁜 건지.

그리고 수확의 기쁨은 얼마나 즐거운지.

추수를 끝낸 논이 얼마나 쓸쓸한지.


가져온 짐은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자리잡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세탁기는 자리가 없어 밖에 두었더니 쥐가 차지해 버렸고

데려온 앵무새는 이듬해 죽었다.


조금씩 이곳을 알아간다.

마당은 나뿐만 아니라 뱀과 함께 하는 공용 공간이라는 걸.

쥐를 잡는 재능은 고양이 외에 개에게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 이곳에서 일곱 번째 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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