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와 아이들 - 흥미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때,
내 머리속에 하나의 대사가 스쳐지나간다.
"게임을 시작하지."
남녀사이에도 알다가도 모르겠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물며 아이들은 알쏭달쏭 하다가도,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 대신,
그들의 흥미를 찾기 시작했다.
레슨 받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때,
가장 먼저 '말 이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O / X 로 나뉜다.
사실 이 부분은 약간의 도움은 되지만,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말' 이라는 단어부터 알려줘야하는지에 대한
숙제의 유무 차이이다.)
아이들은 나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하는 행동, 말하는 단어, 말투 등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자신의 흥미에 따라 반응한다.
나는 크게 두 가지로 흥미를 분류한다.
하고 싶은 '행동' 과
느끼고 싶은 '기분' 이다.
말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거나,
말을 끌고 이동하거나,
말 똥을 치우는 등의 나의 행동을 보며
"나도!" 라고 외치는 친구들이 있다.
대부분 표현이 적극적인 성향의 아이들이,
'하고 싶은, 행동' 에 흥미를 가진다.
이때부터 나는, 과장된 콩트를 시작한다.
인사를 너무도 반갑고 즐거운 일 인지,
말과 함께 산책하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말 똥을 치우면서
'얼마나 맛있게요~?' 라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본다.
이제 아무런 말이 필요없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대신 하고 싶어 한다.
부모님들이 아주 신기하게 바라보는 지점이다.
말 타는 방법을 알려줄 때도,
바디랭귀지를 통해 아이들과 대화한다.
들리는 소리는 대략 이러하다.
음! 음! 오! 하이파이브! (짝)
아무런 단어가 없이도
서로 완벽한 대화와 배움이 오고 간다.
다소 소극적인 친구들도 있다.
말한테 인사해볼까? 라고 하면
맑은 눈망울로 바라보고만 있는.
나는 즉시, 말의 대변인이 된다.
"말이 처음 만나서 어색한가봐, 인사해주면 기뻐할거야!"
"지금 말의 눈을 보면 어때? 반가워하는 것 같아!"
멈춰있던 친구들이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한다.
'느끼고 싶은, 기분' 에 흥미를 보인다.
말에게 칭찬을 해줄 때,
말을 타는 중 말이 움직일 때,
말을 씻겨 줄 때.
"선생님! 지금 말이 조금 놀란 것 같아요"
"말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보여요!"
라며 지금 말의 기분을 대신 느끼고, 이야기 한다.
종종 말에 빙의해서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말 목에 숨어서 얘기하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나는 수업 후 부모님들과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피드백을 하기도 하고, 아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걱정하던 부모님들이 수업 후에,
'우리 아이가 이런 모습도 있었네요' 라고 할 때,
나는 속으로 매우 뿌듯해 한다. (매우!)
모든 아이들이, 매번 수업에 올 때 마다
다른 사람이 된다.
집중력도, 흥미도, 기분도 다 다르다.
나는 여전히 인사를 할 때 마다 스쳐간다.
"게임을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