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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김정 Nov 06. 2024

제가 간 곳은 여탕일까요, 남탕일까요. 알아맞혀보세요.


(이 글은 시간 여유가 있으실 때 읽으십시요. 쪼금 깁니다. 근데 읽기 시작하면 놓지못할 겁니다. 그리고 단언컨데 잔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날, 강남 소재 호텔의 목욕탕을 조사하게 되었다.


내가 조사한 36번째 목욕탕이다. 내 나이 36살 때 이야기다.

숫자가 같아서 좋은 건 없다. 나쁠 것도 없다. 인생이 그렇듯.     


때는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였다.

계절 얘기로 폼 잡으려는 것은 아니니 바로 넘어간다.     


찜질방이나, 대중 목욕탕을 돌아다니다 오랜만에 만난 호텔 목욕탕이다.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쉬운 건 없다.

고급 호텔 목욕탕엔 치명적 제약이 있으니까.     


호텔을 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호텔 목욕탕은 숙박을 해야 이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외부 사람이.

“목욕하러 왔는데요” 하고 들여보내달라고 하면, 갖고 온 대야와 이태리타올과 칫솔과 함께 내동댕이쳐진다.

목욕탕을 들어가고 싶으면, 호텔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자야 한다는 소리다.

하룻밤에 백만원 내고.

조식 포함이면, 백십만원 내고.

텐텐 봉사료는 별도다.

팁은 모르겠고.     


그래도 가겠다고 한다면.

멀쩡한 집을 놔둔 채 가면 된다.

그것도 목욕탕 한번 가려고.

언뜻 보면 미친 짓이다.

상세히 봐도 미친 짓이다.     


헌데 이곳은 다행히 고급 호텔은 아니었다.

니치 마켓을 노린 비즈니스 호텔이다.

저가 모텔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어맨이 서있는 5성급 호텔도 아니다.

민주당도 아니고, 공화당도 아니다. 민주공화당이다.

해리스도 아니고, 트럼프도 아니다. 해리트럼이다. 그만하겠다.     


그사이 어디 즈음이란 얘길 하고 싶은 거다.     


이런 경우 형제도 세명이면 둘째가 가장 몸부림친다고 했나.

이런 곳은 고급 호텔과 저가 모텔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고, 젠틀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곳의 목욕탕은 외부도 입장이 가능하게 해놨다.

돈 벌어야 하니까.

숙박객만 받아선 목욕물 데피는 돈도 안나오니까.     


역으로 보면 이런 점 때문에 난 이곳에 조사를 온 셈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생존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어서, 이다.

그게 뭐냐고.


외부의 손님을 끌기 위해 목욕탕에 과연 어떤 시그니처 메뉴를, 그 어떤 특별한 무림의 암기를 숨기고 있는 것일까 하는 거다.     


이 세상엔 그냥은 없다.

이 세상엔 그냥 서있는 건물은 없듯이.  

   

일례로 우리 몸에 콩팥은 왜 있을까.

제멋대로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놈이 있으면 그 물을 빼내려고.

암모니아도(정확히 요소다, 무기염류도 좀 있고) 좀 빼내려고, 이다.

안그러면 전해질 문제로 죽는다.

실제로 죽는 사람도 있었다. 그게 오줌이란 거다.


더럽다고.

아니다.

인간을 살게 하는 특별한 메뉴중 하나다.

간, 콩팥, 방광이 관여하고 있다.

이걸 생물학적으로 배설이라고 하는 거고.

정확히 중2때 배운다.

고급 지식 아니다.     


자, 그럼.

그들에게도 다 이유가 있고, 계획이 있고, 의도가 있고, 콩팥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특별한 무엇.

난 그걸 읽는 것이다.

안경 쓰고 말이다.

명품 린드버그 안경점 옆 가게서 맞춘 안경이다.

저가다.     


그런데 린드버그 옆가게 안경을 쓴 나는.

특별한 것이 아닌 아주 끔찍한 것을 조금 뒤에 만나게 된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꿈에도 몰랐던 그 이야기 지금 들어간다.     

     


         

호텔 목욕탕 매표소다.

옆으론 만국기가 펄럭이는 비즈니스 호텔 로비고.     


그렇다는 건 사우나를 이용할때 외부인과 숙박객의 간섭은 없다는 거다.

이럴 경우 숙박객 전용 통로가 따로 있을 것이다. 마치 비밀 통로처럼.

그건 나중에 확인해보도록 한다.


지금은 일단 들어가보자.     

그런데 매표소엔.


음.

왠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나이는 팔순즈음.

예상 밖이다.     


평창동 목욕탕 매표소라면 이해가 된다. 옆엔 국밥집이 있고. 그 집은 그 할머니의 여동생이 경영하는 거고. 이러면 말이 된다.

그런데 호텔 매표소에 할머니라.

이런 것도 차별화 마케팅이라 말할 수 있나. 뭘 노린 거지.

일단 체크 포인트다.


결제를 끝내자, 큼지막한 반지를 낀 할머니 손이 매표구에서 툭 튀어나와 내 손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으어억! 할머니! 깜짝 놀랬잖아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법인카드는 안되는 건가.

근데 내 손에 뭔가가 전해진다.

락카 키였다.

"에이, 말씀을 하시지."


할머니 손은 어느새 홀연히 사라졌다.     

팔순의 할머니 치고는 동작이 빠르다.

너무 빠른데, 뭐지.

안을 유심히 보았다.

마케팅 일종, 이벤트 코스프렌가.

실루엣이 보인다.

가발을 쓰셨나. 알고보니 여대생 알바고.

할머니, 또는 할머니로 분장한 여대생과 눈이 마주쳤다.     


“뭘 빤히 보내! 이 간나새끼래. 눈깔은 있어가지고서래.”

갑자기 그녀가 소리를 콱 질렀다.     

앗! 깜짝이야.

야! 놀랬잖아가 아니고요, 네?”

여대생 아니다.

여대생은 이북말 쓰지 않는다.

목소리도.

할머니 맞나.

맞다.     


“그렇게 보고 싶내.”

“네, 네?”

보고싶냐니요. 제가요? 뭐가요?  


“내래 이래뵈도 이북에서 날린 미모야. 송도 개성 아네. 내 안에 황진이 피가 흐르지비. 니 운좋은 줄 알래. 이거 쉽게 보는 미모아니래. 알간.”

많이 봤는데, 지하철 경로석에서.    

헤헤.

 

“간나새끼, 좋아죽겄단다.”

으윽.

저기 할머니. 좋아죽는 거, 아니, 거든요.      


으, 으, 으. 정말 이상한 할머니다.     


그러고보니 매표소 안도 특이하다.

앤티크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안쪽 옆 선반에 복주머니.

할머니 뒤로 나전칠기 자개장 서랍장도 보인다.

서랍장 위엔 조선백자까지 보인다. 저건 가짜.

살림을 차리셨다.

그 옆에 저건.

은장도!

마음에 안드는 놈 극락으로 보낼 때 쓰실 거고.     


이게 무슨 차별화 마케팅인가.

사무실 책상에 카카오 이모티콘 굿즈로 꾸미듯, 할머니가 추억의 올드 굿즈로 살림차린 거다.     


뒤로 돌아섰다.

근데.

뭔가 찜찜하다. 이게 좀 이상하다 라고 해야 할까.

내 뒷덜미를 잡는 게 있다.

셔츠의 단추를 엇갈려 끼운 느낌.

지퍼를 올렸는데 아랫단이 좌악 열려진 기분. 

한편 시원하긴 하지.

근데 왠지 내가 오지 말아야할 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이란 얘기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난 그대로 나갔어야 했다)     


모든 건 기분 탓일 수 있다.

난 고독한 미욕가이니까.

목욕탕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런 것에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병자호란 청나라 오랑캐가 눈 앞이라고 하자. 

난 어떤 유형인가.

백성을 버리고 저물어가는 명나라를 그래도 추종할 것이냐,(김윤석)

아니면 백성을 살리고 체면이고 뭐고 오랑캐에게 머리를 조아릴 것인가.(이병헌)

명분파냐, 실리파냐.

이병헌 오빠로 하고싶은데,

난 명나라 명분파다.     


그래서 키를 손에 쥐고, 서둘러 남탕 쪽으로 박차를 가했다.

명나라를 향해.     


그때다.


뒤에서 버럭하는 소리가 들린다.     

“니, 글로 가면 안돼, 야!”


에?

안된다니. 명나라요?

아니지. 남탕이요?

내가 표지판을 잘못 봤나.

분명 저 앞에 남탕 표지판이 보인다. 맞다.     


“네? 이쪽이...”    

 

“너는 저쪽 아이니.”    


할머니가 매표구에서 머리를 부득부득 내밀고 입으로 비죽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여탕.     


여탕이라고 써져있는 표지판이 멀쩡하게 붙어있다.


으웩. 뭐야. 여탕으로 가라는 거야.     

할머니가 좀. 어, 이런 거.


“저긴 여탕인데요. 할머니, 혹시 남탕인가요?”

이걸 질문이라고 하겠지만, 물어는 봤다.     


할머니는 뚫어져라 응시한다.

눈이 무섭다.

게다가 한기까지 느껴졌다.

그녀의 말을 거역하면 안될 것 같은 포스도 느껴진다.

그녀의 기세에 계속 눌리고 있다.

저 할머니 뭐지.

뭔가 범상치 않은 할머니 같다.

안되겠다.

뭐라도 말해야 한다.

이대로 끌려가선 안된다.     


“혹시 표지판을 새로 만드셔서 붙이셨는데, 잘못 붙인 거 아닌가요, 제가 그쪽 계통으로 쫌 아는데, 할머니. 요즘 광고계 작업자 하는 일이 그렇긴 하거든요. 저도 ~아 이해합니다. 그런 거면 말씀대로 글로 가드릴께요.”


경험과 노하우에서 우러나온 여유로운 대답.

나도 회사물을 좀 먹은 사내니까.

발을 여탕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한발짝 반.

아직 확인이 필요하니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지. 

   

할머니가 입을 뗐다.

“고 새끼 아는 척 하긴. 근데 말이야.”     


“네에?”


“니 눈에 저게 여탕으로 보이내.”

할머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아.

장군때리니까, 멍군이라.

거참.

이건 또 뭔 소리야.     

할머니!


“저기 여탕이라고 써있잖아요.”     

근데 표지판 잘못 붙여서 저기로 가라메요.


“눈깔은 정상이다, 야. 고놈참. 귀엽게 노느만.”     

 

아~ 그러니까 말이죠.

여탕 맞다는 거지요.

아닌가.

아니야, 아니야. 맞다는 거잖아.     

깜빡, 속을 뻔했네.     

근데, 맞지. 그거.

저 할머니 뭔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지 않나.     


아까는 나보고 일로 가랬다가, 이제는 여탕이 맞단다.

상대는 할머니.

그럼 생각을 바꿔드릴께요. 넓은 도량도 펼쳐보고.    

 

“방금 조크, 농담, 그런 거 하신 거죠. 혼자 계시려니 심심하셔서. 하하. 저는 그런 거 괜찮습니다. 저희집에도 할머니 많이 계시거든요.

친할매, 외할매, 고모할매, 당숙할매, 점집할매 등등.


“저기, 그럼 다시, 남탕으로 가면 되겠죠...이쪽으로.”


“근데, 아새끼 에미나이처럼 생겨갖고.”  

   

“네?”

멈칫.    

이거 잘생겼다는 소리지.

잘못들었나. 


“에미나이처럼 생겼다고 했지비. 귓구멍이 막혀서 사람 말을 못알아듣나.”   

   

“.....?”     


“뭐, 됐다. 그런데, 남탕이래 그렇게 들어가고 싶내. 아주 안달이 나서 죽갔나 보지. 그러고보니 니는 천상 에미나이야. 그러느끼니 남탕을 죽을똥말똥 들어갈라하재비.”    

 

“네에?”


저기 할머니. 말은 똑바로 하자고요. 제가 언제 남탕을 못들어가서 안달이 났다는 겁니까요.  


“뭐가 네긴, 네야. 그렇게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라우. 들어는 보내 줄게. 에미나이야. 니가 좋아하는 남탕으로 날래 들어가라우야.”    

 

아니, 저기 저기, 할머니. 제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전 남자니까, 원래 남탕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거든요.     

하아. 하아.   


라고 말해봤자 안될 것 같아 그냥 남탕으로 향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저 할머니 이상한 거 맞다.

왔다리 갔다리 한다.      

고로.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치매 초기다. 중기일 수도 있고.

계속해봐야 말이 통하지 않을 거다.

나이도 있으시고, 누구네 할머니신지 안타깝지만, 계속 말 상대를 해줄 수는 없다.

죄송합니다.

저는 제 할 일이 있어서.

저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내 뒤통수로 다시.

“저 에미나이는 남탕 들어가라면 눈 딱 감고 들어갈 것이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나. 그러니 평생 여탕 밖에 못들어가지비. 깔깔깔.”     


그래요 평생 여탕 들어갈 겁니다. 들어갈 거라고요. 저 놔두세요.

잠깐! 여탕??

갑자기 뭔가 얘기가 180도 전환된 느낌일세.     


내가 여자이고(저 할머니에겐), 지금 들어가는 곳이 여탕이라는 건가.

남탕인데.     

뒤를 돌아봤다.


할머니가 미소짓고 있다. 음흉하게.

내 뒤를 내내 쳐다보고 있었고.     


“뒤를 돌아보면 돌이 되지비.”   

  

“헉.”

머리를 다시 홱 돌렸다.     


미치겠네.

치매 맞다.

치매가 중증일 수도.     


근데 일이 이리 되니 지금 들어가는 곳이 남탕인지도 갑자기 의심스러워진다.

매표소에 치매가 걸린 할머니가 계신다면, 어느 게 남탕인지 알 수 없게 돼버리는 거다.     

왜냐고.


저 할머니가 탕 표지판을 바꿔버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거다.


“난 노망이 들었다. 이것들아. 표지판을 바꿔줄테다. 깔깔깔.” 하고.  

   

충분히 가능한 시츄에이션이다.     


여기까지 정신없었죠.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저 할머니는 나를 여자로 보는 걸까, 남자로 보는 걸까.

처음엔 남자로 봤다가 지금은 여자로 보고 있는 다.

나를 여자로 보고 있다면 표지판을 바꾼 것이 맞는 거다.

왜냐면 여자에게 남탕에 들어가라고 하진 않을 거니까.

저 마지막 말도 맞는 거고. 여자니까, 나는 여탕 밖에 못들어간다는 것.

    

그럼 내가 지금 들어가는 곳이 여탕이다.

그렇지만 표지판은 남탕인데.     


음.

정리를 하고보니.


아, 나 이런! 어디가 남탕이야!

제기랄.

갑자기 헷갈려졌어!

머릿속이 엉켜버렸어, 어머니!! 아니 엄마!!     


저 할머니는 표지판을 바꾼 걸까, 안바꾼 걸까.

그리고 나는 여자일까, 남자일까. (저 할머니가 볼 때)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   

  

아, 아. 점점 모르겠네.

실타래가 엉켜버렸어!

컴퓨터며, TV며, 셋탑박스며, 무선 인터넷이며, 전기 배선이 몽땅 엉켜버렸다고!

난 이과가 아니라 문과라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모르겠다.

난 남자고!

여긴 남탕이라고!     


나, 말리지 마

가던 데로 갈 거야.     


남탕이라 쓰여진 곳으로 살금살금 까치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뒤에선.

또다시 버럭.

그냥 넘어가지를 않네. 저 할머니.


“야! 에미나이 새끼야. 목욕탕에 무슨 도둑질 하러 왔네! 뜨문뜨문 점선으로 가고 자

빠졌네.”     


됐어. 신경쓸 필요없다.

그냥 무시다.

할머니 말에 일도 반응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어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반응하거나 뒤돌아보면 또 이상한 소리를 할 거다.

그런 분이다.     


“에구, 끌끌끌.”

혀 차는 소리도 무시.   

  

될대로 되라지, 뭐.

그랬더니.     


락커룸 안은 텅 비어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침이 꿀꺽 삼켜진다.

버럭 소리에 바로 열긴 했어도, 만약 여기가 여탕이고,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면 대박 위험천만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기는 평일 대낮이다.

평일 대낮에 호텔 목욕탕에 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시간대로 봐도 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의 애매한 시간대니, 숙박 손님 또한 전무하다.   

남탕이든 여탕이든 텅 비어있는 게 당연하겠지.   

  

그건 그거고, 잽싸게 어림으로 남탕인지, 여탕인지 확인해봤다.

결과는.

알 수 없다, 이다.

그냥 어디든 비슷한 락커룸이다.

남녀를 구분할 수가 없다.   

  

그때다.

뭔가가 내 다리를 툭툭.

뭐지?

밑을 내려다보니, 대여섯살된 남자아이가 내 무릎께를 손으로 치고 있는 거다.

비키라는 것 같다.  

어린이 킥보드를 앞세우고. 그걸 타고 나가겠다는 것 같고.     


남자아이라.

하. 하. 하.

빙고.     

그럼, 이곳은 남탕이네.

그럼 그렇지.

남자아이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일세.

꼭 껴안아줄테얌!     


“꼬마야. 너 여기 혼자 왔어?”

실은 그럴 리 없는데 묻는 거다. 상냥하게.


남자아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걸) 왜 물어봐요?”     


가는 말이 고왔는데, 오는 말이 거치네.

니 나우바리다 이거지.     


“그, 그냥. 미안하다, 얘야.”     

사실 남자아이가 있으면 남탕이지 뭐. 확인할 게 뭐 있겠나.     


“할머니랑 왔어요.”

꺽!     

그럼 여긴 여탕?     

“할, 할머니 어디 계셔? 안에 계셔?”

다급하다.

나 이거 뭐됐네.

몸은 이미 바깥으로 나갈 기세다.     


아이 인상은 더 구겨지고, 별 시덥잖은 걸 꼬치꼬치 묻고 있냐는 표정이다.

돌아온 답도.

“몰라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몰라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이게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어디 어른한테.

아니, 여기 너 밖에 없으니까.

아니지. 할머니와 같이 왔다메.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가.    

이것이 당장 주리를 틀어 말어.

 

“저기, 꼬마야, 아저씨가 이지.”     

그래도 상냥하게.


없다.

눈 앞에.

꼬마가.     


뒤를 돌아보니.

이미 바깥 매표소를 지나고 있다.

킥보드로 씽씽.     

헉. 킥보드 고인물.


“야, 꼬마야!”

조용하게 불렀다. 이북 할머니 튀어나올까봐.     


그러나 아이는 내 소린 듣지도 않고, 호텔 로비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저애 할머니가 호텔에 있는 건가.  

   

그건 어쨌든 그렇다고 치자.

이젠 더 꼬여버렸다.     

왜냐면 실은 저 나이의 남자아이는 남탕, 여탕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는 때다.

핵심은 누가 데리고 왔냐에 달려있다.

근데 할머니란다.

할머니는 여자다.

할머니가 남자인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듯이.


그럼 여긴 여탕이다.

헌데 표지판은 남탕.     

또 되돌이네. 아이씨.


그냥 나가야 하나.     

난 텅 빈 락카룸 안을 빤히 쳐다보았다.

내 인생 락카룸을 이렇게 오랫동안 쳐다보긴 처음.

정들겠다. 락카룸과.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역발상이 떠오른다.

오호.


만약 저 매표소 할머니가 표지판으로 장난을 쳤다고 치자.

그래서 이곳이 남탕이 아니라 여탕이라면.

정말 크게 문제가 될 건가, 하는 거다.   

  

자, 어떨까. 진지하게 따져보자고.


일단 할머니가 치매가 있다는 게 여기선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나라는 치매라든지, 정신병이라든지, 술을 미친놈처럼 처마시면 용서가 되는 나라다.


미쳤으니까.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고로 치매 할머니가 표지판을 잘못 바꿔놓았다는 건 용서가 된다는 거다.      

그리고 그걸 잘못 보고 들어간 나도 함께 정상 참작될 것이다.

나도 미친 거로 보니까.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여튼 그런 나라다.

훌륭하지.

소득세에, 고용보험에, 건강보험에, 국민연금에, 재산세에, 자동차세에, 부가가치세에, 주차위반 과태료에, 뭔 세금이 이렇게 많아.

여튼 그래서 세금내고 있는 거다. 이 훌륭한 나라에.     


됐다.

잠깐.     


안됐다.      


만약에 말이다.

할머니가 경찰에게 이렇게 썰을 푼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정신이 돌아와서 이렇게 말한다는 거다.    

 

“내가 치매가 있어서, 혹시나 싶어 저분 보러 여탕으로(거기가 남탕이라서) 들어가랬더니, 내 말은 안듣고 남탕으로(거기는 여탕인데) 들어가는데, 어떻게 힘없는 할머니가 막겠습니까. 경찰 양반. 난 분명 진짜 남탕을 가르쳐줬는데 말이요.”

(이럴 땐 표준어를 아주 잘 쓰신다)     


“당신 말이야. 남탕이 어딘지 알고 있었던 것 아니야. 여탕이 어딘지도 알았고.”   

  

이러면 난 문제가 된다.

물론 전후사정을 풀다보면 별일이야 있겠냐만은.

허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지.

이런 지저분한 일로 경찰서를 왔다갔다 하다보면.

회사에 소문이 퍼진다. 없던 것도 만든다.


“이김정은 목욕탕 조사하러 가더니, 여탕이나 들어가는 변태였지 뭐야.”

“어머머!”

“어쩐지, 그래서 목욕탕 업무할 사람 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들었구나. 저런 변태 자식을 다 봤나.”

“어머머!”     

"그런데 없대. 그거."

"끼아아악"


아, 아. 이러면 곤란하다.

내가 왜 누명을 써야 하나.     

목욕탕 조사니 뭐니, 모르겠고, 그냥 나갈까.

근데 입장료를 법카로 끊었는데.

법카로 끊었다는 것은 회사 업무의 연속이란 거다.

그런데 이곳을 조사도 안하고 사무실로 컴백한다.

나중에 분명 추궁당할 것이다.

당장 보고서는 또 어떻게 작성할 것이며.

인터넷에 나와있는 걸 대충 엮어서 작성할까. 거짓말도 좀 보태고.

아니다.   

그래선 안된다.

나는 고독한 미욕가이다.

명나라 명분파이고. 

(이병헌오빠고, 아니 김윤석아저씨고)

오랑캐에 고개 숙일 수 없다.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럴 수 없다.

어떻게 감히 내가 그럴 수 있겠나.   

  

아, 미치겠네.

어쩌자고, 이렇게 된 건지.

차라리 다시 나가서 확인을 해볼까.     

할머니에게 돌아가 확실히 확약을 받는 것이다.

이쪽이 남탕인지, 여탕인지.

계약서도 쓰고, MOU도 맺고.

인감도장도 찍고.

공증도 서고.

필요하면 혈서도 쓰고. 머리띠도 두르고.

나중에 말 바꿀 수도 있으니 변호사도 선임하고.

(내가 미쳤구나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한편 말이다.

이것도 과연 맞다고 볼 수 있을까.


치매가 있는 할머니에게 다시 묻는다니. 그게 과연 잘하는 걸까.

아니지.     

아, 근데 이게 정말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게 다 저 할머니 때문이다.

다른 곳처럼  MZ가 매표소에 앉아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참, 근데 왜 매표소에 할머니가 앉아있는 거지.

저 할머니는 대체 누구일까.


왜 팔순의 할머니가, 그것도 치매가 있는 이북말을 쓰는 할머니가 저기 앉아있는 걸까.     

이 모든 것의 원인이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저 할머니가 왜 저기에 앉아있는지.    

 

가장 확실한 것은 이거다.

매표 직원으로 저 할머니를 쓴다는 것은 절대 어불성설이다.

뭘까.


음.

그냥 추측인데, 이건 어떨까.     


저 할머니는 이 호텔 사장의 모친이라는 가설.

어떤가, 맞지 않을까.     

후후, 맞네.


이유는 역시나 돈 문제다.

호텔은 치열한 경쟁중이다. 그런데 최저임금도 올랐다. 매출은 줄고.

난감한 상황에 빠진 거다.

이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그래서 알바나 직원수를 줄여야 했다.

제일 한직부터.

일순위는 목욕탕 매표소겠지.

나중엔 매표 자판기를 들일 생각일지도 모르고.

AI시대니까.

그전엔 사람을 어쨌든 써야한다.

그렇다면 누굴 쓸까.

가족이나, 친척.

그런데 손님이 없다시피한 낮시간은.

그냥 자리만 지켜도 될 정도로 한산하다.

그럼 누구겠나.

빙고.

그래서 자신의 모친이지.


편의점 같은 데에 보면, 알바 안쓰고 가족 경영을 하는데가 많잖아.

“손님이 시간당 한명 있을까말까한데,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알바를 쓰자니 비용은 비싸고, 그러니 잠시만인데 뭐 어떻겠어. 곧 자판기를 들일 거야” 하고.     


그래도 이런 큰 기업까지 가족 경영을 한다는 소린 못들어봤는데.

참, 들어봤나.

대기업일수록 가족 경영을 하지않나.

엄마 아빠가 총괄회장이고, 아들은 회장이고, 딸은 부회장, 손자가 이사이고. 삼촌은 자회사대표, 사돈은 거래처고.

다 해먹잖아.

그건 다른 경우인가.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그것 밖에는 답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호텔 사장이 괘씸해졌다.

저렇게 연로하신 어머니를 매표소에 앉히다니, 될 말인가.

그것도 치매가 있는 할머니를 말이지. 불효막심하지 않은가.

아무리 돈도 중요하다지만 말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됐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이곳이 남탕인지, 여탕인지부터 할머니에게 확약을 받고 싶은데.

이것도 영 아닌 것 같다.

치매가 있는 할머니라면 소용없다는 거다.

방법 없다.

이대로 그냥 들어간다.


아니지.

정녕 그것 밖에 없을까.     

그런데.


번쩍!

머리를 섬광처럼 지나가는 게 있다.


내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친 거다.

뭘까.     


이곳이 남탕인지, 여탕인지 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내게 있었던 거다.

지금까지 왜 그걸 몰랐을까.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훗후후.”     


그건 바로.

락카 키다.     


락카 키에는 남탕 몇 번, 여탕 몇 번 하는 식으로 락카 번호가 적혀있게 마련이다.

이걸 두고 괜히 고민했네.

답은 손 안에 있었는데 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손을 펴서 쥐고 있던 락카키를 확인했다.     


‘1086번’     

어.

남탕 1086번이 아니고.   

  

키를 뒤집어보기도 하고, 옆으로 세밀히 관찰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번호 어디에도 남탕이니, 남자니 하는 말은 적혀있지 않았다.

달랑 1086번이다.     


이러면 알 수가 없는데.

하지만.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다.   

  

이번엔 락카키의 끈이다.


끈 색깔에 따라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전통이고, 통념이고, 관습이다.

아담은 파란색, 이브는 빨간색.

이몽룡은 파란색, 춘향이는 빨간색.

민주당은 파란색, 국민의힘은 빨간색.

여기까지 오니,

신랑 이재명, 신부 한동훈 상상이.

으웩 토했다.(정치완 무관, 정말)


아무튼.

이 락카키의 끈 색깔은.    

 

검정색이다.     

태권도 검정띠?    

 

잠깐.

아니지.


흑백이라는 소리다.

어느쪽이 과연 흑이지.

남자야, 여자야.     


느낌으론 남자가 흑일 것 같기는 하다.

흑심을 품으니까.

여자는 백이고.

백여우니까.

너무 어설픈가.     


그럼 다른 식으로 보자.

바둑에서 하수가 흑이고, 고수가 백이다.

이건 어떤가.     

그래서 남자는 흑이지 않을까.

남자가 하수 맞지 않나. 난 그렇게 사는데.

다들 어떤가.     

아니 말 잘못 말했다. 빽도 하자.

없다로.

(“이 양반아! 어디서 집안 문제를!”)

(수습이 안되네. 에궁.)     


저기요. 이 문젠 그냥 넘어갑시다.


이러니 생각할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혼란이다.  

   

난 다시 안을 살폈다.

남탕만 있는 컨텐츠.

이발소나 구두 닦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이곳은 정말 여탕인가.

속단할 건 아니다.

요즘은 이발소나 구두닦이를 두지 않는 곳도 많다.      

그렇다면 남탕인지, 여탕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

파우더룸의 스킨과 로션일까.

아니다.

경비때문에 대용량 구매로 공용을 쓰는 추세다.

고급 호텔 사우나가 아니고선 말이다.     


다시 안을 빙 둘러보았다.

시간이 흐른다.

누군가 탕에서 불쑥 나올 것 같다.    


정말 나오면 어쩌지.

 

그런데 도통 모르겠고. 아그야.

붙잡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한숨이 나온다.     

어쩌다가.


이젠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대로 탕 안으로 들어가 확인하는 것 밖에는.

그게 답이지.


안그래도 탕 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물을 첨벙첨벙하는 소리다.

누군가 있다는 거다.     


탕 안으로 들어가.

“이봐요, 당신 여자요, 남자요. 어디 봅시다. 설라무네. 니나노.”

“끼아아악!”     

"짜아악!!!"


살금살금 탕 입구 쪽으로 소리나지 않게 걸어갔다.

탕과 락카룸 사이는 투명한 도어가 가로 막고 있다.

그걸 열고 보면 알게 되겠지.

자동문일까.

구두쇠 사장이 돈 쓸리 없다.

나쁜 놈.

수동이다.     


뚝.     


헌데 본능적으로 걸음이 멈춰졌다.     

내가 미쳤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왜냐고.     


다시 긴급 가정을 해볼까.

모여, 모여.


만약 정말 이곳이 여탕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난 바로 성추행범으로 붙잡히고 경찰이 출동해서 물어보겠지.     

어떻게 여탕에 들어오게 됐냐고.


표지판을 잘못 보고 들어왔다고 나는 말하겠지.    

 

내 옷차림을 보고 다시 물을 것이다.     

“근데 왜 옷을 입고 탕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까. 이상하지 않나요. 정말 당신이 남탕으로 잘못 알았다면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고로 당신이 옷을 입고 들어가려고 했다는 것은, 뭔가를 확인하려고 했다는 것 밖에는 보이지않습니다. 그렇다는 건 이미 당신 머릿속에 이곳이 여탕이라는 가정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내 말이 맞죠.(나 쫌 똑똑하지)”      


끄덕끄덕.

맞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내 자신이 정말 모르고 들어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두고 전문 용어로 알리바이 라고 한다.     

난 분명히 이곳을 남탕으로 알고 들어온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만약 여탕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옷을 벗었다. 자연스럽게.

훌러덩 다 벗었다.

맨몸이다.

볼 것 없다.

상상하지 마라.    

 

헌데 일이 좀 이상하게 꼬여가기는 한다.

내가 왜 옷을 벗고있지.

이게 맞나 싶다.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닭살이 돋았다.

“아이, 추워라.”

밖은 제법 추운 날씨다.


그걸 떠나 으스스하다.     

이제 드디어 여탕인지 남탕인지 확인할 거니까.


알몸인 나는 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조심.

아니다, 자연스럽게.

정말 이곳이 남탕인 거를 착각하고 들어온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웃을까.

안된다.

누가 웃으면서 탕을 들어가나.

그냥 무표정으로 들어간다.

아닌가.

웃나.

에이 모르겠다.

울자.     


“엉, 엉, 엉.”     


탕 입구 손잡이를 잡았다.

울면서.     


“드르륵”

문이 바닥에 끌린다.

경첩에 기름칠좀 하지. 그건 다잇소에도 다있어, 이 사장놈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데. 썩을놈.


사장 탓을 하며, 난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하얀 김이 모락모락 눈 앞에 화악 끼쳐왔다.

대관령 양떼목장 안개속 같다.     

안에는 양떼가 있을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잠시후.

김이 걷히고, 눈이 익숙해졌다.

탕이 천천히 보였다.


그리고 거기에 목욕을 하고 있는 양떼, 아니 알몸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첨벙, 첨벙.”

“부욱, 북.(때 미는 소리)”     


이곳은 과연 여탕이냐, 남탕이냐.


난 그들을 보았다.

두눈으로 똑똑히.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그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잔인하지만, 다음편에 계속, 흐흐흐.)      




# 한가지 스포하면, 글 속의 할머니는 치매가 아니십니다.

저분이 저러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미스테리하죠.

그게 다음편에 함께 나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다음편으로 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과연 제가 들어간 곳은 남탕일까요, 여탕일까요. 다음편까지 기다리면서 상상해보시면 어떨까요.


이거 순 사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지금까지 읽은 거 환불가능합니다. 환불 원하시는 분은 스미싱 번호 링크해서 보내드릴테니, 중국 하얼빈 중국집 건물 2층 창고 나오시면 친절히 환불 요청하시면 되옵니다. 꾸벅.

쫌 얄궂죠.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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