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아지, 두번째 이야기

by any

나는 회의를 하다가 지루해지면 나도 모르게 너의 모습을 그린다.

제일 먼저 그리는 것은 뾰족한 귀다.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아주 아기였을 때 너의 귀는 뾰족하게 서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너의 귀은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고, 잠을 잘 때 마저 그랬다. 잠을 잘 때 뾰족이 솟아오른 귀가 움찔움찔 하는걸 보면, 네가 잠을 깊게 못 자는 걸까봐 그 귀를 애써 눌러주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하면 네가 푹 잠을 잘 수 있을까봐. 어떤 사람들은 그 귀를 세우기 위해 테이핑까지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 다음에 그리는 건 너의 눈썹이다. 나에게는 항상 아기같은 너인데, 신기하게 할아버지같은 눈썹이 나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까만 눈이 있다. 약간 끝부분이 날카로와서, 아몬드 같은 눈이 참 까맣고 크다. 그리고 엄청나게 긴 속눈썹. 눈을 깜박일 때 그 속눈썹이 사르륵 움직이는걸 보고 있는게 참 좋다.

참, 너는 강아지 주제에 참 흰자를 많이 보인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면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곁눈질만 한다. 그 상태에서 조금만 더 귀찮게 하면, 아예 바깥과의 모든 소통을 차단하겠단 듯이 너의 작은 몸을 한껏 동그랗게 웅크리고는 머리를 파묻는다.


그리고 까맣고 축축한 코가 있다. 나이를 한 두 해 먹어가더니, 콧잔등의 털이 꽤나 많이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네 콧잔등에 노인의 검버섯같은 점이 생긴 줄도 그 때 처음 알았다. 누군가는 네가 이제 노견이라고 놀리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아기일 뿐이다.


그리고 뺨에 난 새털같은 털을 그린다. 네가 털을 바짝 밀어줬을 때의 민둥주둥이는 강아지라기보다는 노루나 사슴 같다. 나는 자주, 마치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네 뺨에 뽀뽀를 퍼부어준다. 그게 사람의 애정방식이라는 걸 너는 알까? 별로 좋아하진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주 싫어하는 것 같진 않다. 싫어했으면 넌 진작에 으르렁댔을테니.


너는 참 다리가 길고 얇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 털을 밀어놓고 보면 강아지라기보다는 노루같다. 반지르르 윤이 나고 우아한 노루.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면 평생의 자랑이 되었을 그 길고 얇은 다리 때문에 너는 평생을 고생하게 되어서 안쓰러울 따름이다.


너는 강아지 치고는 몸집이 크다. 처음에 지인에게서 너를 받아 왔을 때, 그는 너의 부모견 몸집이 작았기 때문에 너도 크게 자라지 않을 것이라 했다. 완전히 빗나간 예상이었다. 너와 처음으로 헤어졌던 방학 뒤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불과 몇 개월 시간만에 너는 참 많이도 자랐더랬다. 공항에 마중나온 아버지 어깨에 왠 모르는 덩치 큰 강아지가 올라타 있었는데, 차로 집으로 가는 내내 나에게 열심히 뽀뽀하길래 그 강아지가 너인걸 실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간혹 가다 요크셔테리어와 비슷하지만 덩치 큰 실키테리어란 종이 있다는 걸 알았다. 너는 아마 그 피가 조금이라도 섞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나는 너가 순종 요크셔테리어가 아니라도 좋았다. 너의 덩치가 크고, 몸무게가 무거워서 좀만 안고 다녀도 금방 팔이 아파지긴 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너의 몸집이 크면 그만큼 너를 더 자세히 보고 그만큼 더 많이 너의 따끈한 체온을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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