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여행
10여 년의 세월 동안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수많은 길 위를 헤매었다. 특히 거대한 대륙 인도에는 배낭 하나 짊어지고 열 번도 넘게 드나들었다. 남들이 흔히 찾는 유명 관광지나 그림 같은 풍경보다는, 길거리, 시장, 뒷골목, 그리고 시골 마을 깊숙한 곳을 배회하며 그들의 일상을 렌즈에 담아왔다. 때로는 시장에서 노점하는 할머니들과 앉아 한참을 수다 떨며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나는 책이나 미디어에서 150개국 이상을 여행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들은 과연 그 수많은 나라에서 어떤 순간들을 기억할까? 나는 단순히 "그 나라 가봤어"라고 단정하며 한 번 갔다 왔다는 데 의의를 두는 여행에는 흥미가 없다. 젊은 시절 일 때문에 가봤던 유럽은 아름답게 정돈된 도시의 풍경이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나는 날것의 에너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남아시아에 매료되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도는 내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이다.
여행과 관광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여행은 단순히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것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발로 걷고,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깊이 들여다보며, 오감으로 직접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낯선 이의 작은 미소에 화답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 이 모든 감각의 총체적 경험이 바로 여행의 진실된 모습입니다.
나는 뒷골목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시장의 활기찬 소음, 시골 마을 흙먼지 냄새 등등, 삶의 진솔한 에너지를 느낍니다. 이처럼 삶의 숨결이 느껴지는 순간들은 나의 렌즈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시선은 단순히 '관광'을 넘어 '여행'의 본질에 다가서는 나만의 방식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여행은 단순히 '가는 것'을 넘어 '머무는 것'으로 변했다. 더 이상 바쁘게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마치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한 도시에 머물며 천천히 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꼭 해야 할 숙제처럼 서둘러 움직일 필요가 없다. 시공간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건강을 잘 챙겨야 하지만, 그 불편함조차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체류형 여행 방식 덕분에 나는 더 깊이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렌즈 너머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사진은 내게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다. 나의 카메라를 통해 그들의 삶을 마주하고, 문화를 이해하며, 인간적인 교류를 시작한다. 노점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고, 시장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 삶의 활력을 발견한다. 이러한 순간들은 셔터 소리와 함께 나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고, 다시금 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어디까지 가보았나요?"이 질문은 지리적 이동 거리가 아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또 그들과 얼마만큼 소통했는지 묻는 물음이다. 스윽 지나치는 듯한 여행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여행은 어떤 색깔로 채워져 있나요? 그 안에서 당신은 무엇을 발견했나요? 결국, ‘당신은 어디까지 가보았나요?’ 라는 대신에 ‘당신은 어디서 무얼 보았나요?’라고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