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콜라바, 푸드인(Food Inn) 식당
뭄바이의 활기찬 콜라바(Colaba) 지역,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Gateway Of India)와 웅장한 타지마할 호텔 근처에는 여행 가이드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 맛집들이 즐비하다. 그중 레오폴드 카페(Leopold Cafe)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늘 정신이 없다. 문밖까지 이어진 긴 대기 줄을 보면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지만, 동시에 여행지 특유의 들뜬 소음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매일 저녁, 마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듯 푸드인(Food Inn)이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우연히 들렀다가 추천받은 음식에 반해 매일 같은 메뉴를 시키게 되었는데, 이곳은 레오폴드 카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현지인들이 주를 이루는 이곳은 소란스럽지 않고 여유로웠다.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종업원들의 깔끔한 복장과 정중한 태도 또한 인상적이었다. 인구 밀도가 높아 노동력을 세분화하는 인도의 특성 때문인지, 꽤 많은 종업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조용히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키가 크고 연륜 있어 보이는 한 종업원은 매일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의 친절함 덕분에 혼자 하는 저녁 식사는 외롭지 않고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2023년 2월, 뭄바이에서의 일주일은 푸드인에서 이후로 담날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다시 뭄바이를 찾았고, 숙소가 다른 지역이었지만 콜라바 지역에 있는 푸드인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종업원에게 "저를 기억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뭄바이에서, 특히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동양인 관광객을 기억한다는 것은 쉬운 사실일 것이다. 매일 같은 식당을 찾는 이방인은 많치 않았기에 그의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뭄바이에 갈 때마다 푸드인을 들러 저녁을 먹는다면 '단골'이 될 것이다.
떠나는 날 작별 인사를 건네자, 카운터의 사장님을 비롯한 모든 종업원들이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이제 나를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 아닌, 다시 찾아와준 반가운 손님으로 대해줄 것이다.
인도 여행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쓰욱 지나치는 게 보통일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나만의 '일상'을 만들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교감하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뭄바이의 푸드인처럼, 나를 기억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경험은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다.
이는 인도라는 공간, 거대한 인구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만남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일상을 함께하는 경험은, 여행의 표면적인 즐거움을 넘어 인도를 깊이 이해하고 인간적인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