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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보이 Aug 20. 2018

삶은 관리되어야 합니다.

나답게 살기 위한 준비운동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을까?'


 유난히 지금 시대에 많은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것 같다. 자존감에 대한 책이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되며, 어떤 이는 힘들게 취직의 장벽을 뛰어넘은 누군가에게 퇴사를 권장한다.(서점에 가면 수도 없이 많다.)

무엇이 원인인 걸까? 나답게 사는 것에는 무엇이 있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나 다운 것'을 찾아 나서는 걸까?


고백하건대, 나 또한 저 질문을 삼장법사가 날뛰는 손오공을 제어하기 위해 조여둔 머리띠처럼  20대 후반부터  달고 살아왔다. 작년 2월, 엉겁결에 가파른 경사길과도  같은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대열에 합류한 뒤로 숨 가쁘게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달려왔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지금에서야 주변을 돌아보니 몇몇 친구들은 가정을 꾸리고, 이직도 하고 진급도 하고, 연말에는 보너스도 받고, 가끔 휴가도 써가면서 휴식도 취하고 하는데. 


난?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의 의욕은 사라진 지 좀 됐고, 좁은 주방 공간에서 매일 청소를 하고 음료를 제조하고, 설거지를 하고. 과연 이게 나다운 일 일까? 꼬리에 꼬리를 문 의문들은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았다. 물론 직장을 다니는 그들에게도 나름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 질문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또다시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일단, 남들은 뒤로하고, 가장 나답게 잘 사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한 달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삶에 관련된 서적(자기계발서, 철학서 등)을 사서 밑줄을 쳐가며 미친 듯이 읽어보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아주 가끔), 옛 현인들처럼 산책을 하며 조용히 그 생각에만 몰두한 적도 있다. 몇 달 동안은 눈을 뜨면 팟캐스트 강의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아 오늘은 그만 읽자', 혹은 '그만 생각하자 더해서 뭐해 답도 없고' '결국 이거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 아니야?'로 끝이 났지만. 그렇게 기약 없이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곳에 밀어두었던 질문은 불쑥불쑥 짬나는 생활 속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수도 없이 질문을 던지곤 했다.




'혹시 내가 덜 바빠서 그런가..?'


농담이 아니라,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돌이켜보면 나 또한 직장을 다닐 때는 그랬던 것 같다. 아침부터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출근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녹초가 되어서 긴 시간을 지하철에서 서서 버티고.그러다 보면 주말이 오고. 그렇게 정신없이 한 주, 한 달이 갔던 적도 있다. 하지만, 하루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해서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까? 답이 나오긴커녕, 어쩌면 저 중대한 질문을 놓치고 사는 게 더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본인의 사업을 한다는 게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치열하고 정신없을 거 같아도, 틈나는 시간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주로 혼자 있다 보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끊이지를 않는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지루한 일상이야 말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는 의식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했다.




응? 관리?


분명 욕조에서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칠 정도는 아니었으나, 뜻밖의 수확이었다. 현재 나다운 것에 대한 기준은 어쩌면 지금의 순간을 '의식적인 관리'하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도록 꾸준히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관리해야만 했다. 나는 곧바로 펜을 들고 여백의 종이에 좀 더 구체적으로 관리의 범주를 몇 가지로 분류해보았다.


1. 생계형 관리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삶 속에서 우리는 굶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굶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생계유지를 해야 만한다. 먹고사는 일은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에서의 토대가 된다. 정말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들, 정작 눈 앞의 끼니 해결부터가 걱정이 되면, 오히려 그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돈을 좇게 되거나, 당분간은 목적의식을 잊은 채로 지낼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에는 밥과 김치만 먹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인지라 세상에 더 많은 것을 맛보고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전적 여유가 필요했다. 수입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럽게 카페의 매출을 높이기 위함으로 연결됐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 뒷받침될 수밖에 없었다.


2. 건강관리


먼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어진 많은 일들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쪽으로만 너무 몰두하다 보면,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인 건강관리 또한 필수다. 현재 카페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지만, 최근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잦은 야식과 몸에 맞지 않는 카페인을 자주 섭취하다 보니 위와 식도에 무리가 간 것이다.(현재 식도염을 앓고 있다.) 분명 이런 현상은 밤새 부어라 마셔라 하던 20대의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었다. 게다가 술을 정도 이상 마셔도 20대의 나처럼 하루정도 자고 일어나면 쌓인 숙취가 금세 회복되지도 않았다. 모든 관리가 힘들고 어렵지만, 특히 건강관리는 '게으름 + 의지와의 싸움'이다. 두툼한 식스팩을 위해서라기 보다도, 온전히 체력관리를 위해 헬스장을 3개월 등록했건만, 헬스장까지 가는 발만큼은 왜 이리 무겁고 멀게 느껴지는지.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할 거라면 개인 PT로 운동습관을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또한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3. 재무관리


  한 달 동안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금세 다 소비해버린다면? 이건 정말 답도 없다. 특히나 나처럼 옷 좋아하고 물건 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다. 먼저 적금통장을 은행별로 세 개를 만들었다. 월급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일정 금액을 통장에 넣어두고는 소비를 계획했다. 그리 꼼꼼한 편은 아니라서 놓치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내 등 뒤로 돈이 모이는 듯한, 든든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축에 재미가 붙게 되고 불필요한 소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굳이 저축의 목적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아두면 언젠가는 꼭 필요한 시기가 온다. 혹여나 기회일지도 모르는 그 시기에 단 한 푼도 없거나 혹은 터무늬 없이 부족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4. 시간관리


 위에 '생계형 관리'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곧 돈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 일을 하다 보니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크게 와 닿는다. 시간은 곧 부와 직결된다. 내가 술 마시고 정신없이 소비하는 시간에 카페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일을 했더라면? 삶의 모든 풍요로운 부분을 돈과 직결시키기는 뭐하지만, 이런 식의 연상법은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아침에 눈을 뜬 뒤,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꼭 '오늘 해야 할 일'(TO DO 리스트)을 작성한다.

그리고 한 개씩 지워나간다. 항상은 아니지만 해결된 일정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느껴지는 작은 성취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성취감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가능한 한 정해진 시간에 만큼은 딱 그 일에만 집중해서 해치워 버려야 한다. 카드 빚이 그렇듯. 일 또한 미뤄두면 쌓이기 마련이다. 결국에 그것들은 처치 곤란한 상황이 돼버려, 결국 두 손 두발 다 들게 된다. 되도록이면 빨리 처리해버리자. 가능한 한 정확하고 깔끔하게.


5. 스트레스 관리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흘러넘치는 정보로 인해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사실까지도 은연중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편리하고 똑똑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만큼 정보의 과부하에 걸려 받는 스트레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점점 더 개인화되고 각박해지는 생활 속에서의 인간관계 또한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만 같다. 게다가 나처럼 고민과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서 생각을 중단하고, 머리를 의도적으로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상을 권하는데, 한번 믿자야 본전으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다. 유튜브로 명상에 관한 영상을 틀고 10분 동안 영상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다 보면, 머리 안의 노폐물이 호흡과 함께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런 뒤 10 분뒤 천천히 눈을 뜨고 나면 한켤 머리가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본인만의 스트레스 관리방법을 만드는 것도 좋다.





결국 관리되는 삶은, 그래도 나답게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


  누구나 지금보다 나은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꿈'이라는 낭만적인 생각만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버티는 것조차 힘들다.혹자는 매일 바라는 것을 꿈꾸라고 한다. 매일 되고 싶은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으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자기계발서 중독자인 내가 보기엔, 어쩌면 그 이야기는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 이야기다. 찰떡같이 저 말을 맹신하고 있는 누군가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같지만 그게 현실이다. 가슴속으로는 항상 기품 넘치는 낭만적인 꿈을 꾸되,  머리로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눈앞의 현실을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꾸려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꾸려나가는 가다. 삶은 한 권의 문제집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루한 나날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에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을 조금 더 비우기로 했다. 어쩌면 산다는 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더불어 나 또한 내가 생각한 것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꼭 필요해서 태어났다기보다, 나는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고, 그리고 그것은 내 의지는 아니었다. 언젠가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고, 학교를 다니며 둘도 없는 친구들을 사귀었으며, 가장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전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던 사실들을 30대가 되어서 하나하나씩 마주하고 있다. 눈 앞에 주어진 매일이 똑같을지언정 그 안에서 낭만적인 것, 감동적인 것을 찾아내서 현재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가닥이 잡히지 않는 나다운 것과 방향성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하나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의식적인 관리와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한발 한발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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