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Jul 26. 2019

부모란, 한 번을 혼내고 백번을 미안해야 하는 법

야단을 칠 때와 다독여주는 방법,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부쩍 자랐다. 안고 다니는 것 자체가 힘이 들 정도가 되었다.

몇 달 전만 해도, 밥 먹는 양도 아빠 이상 되었고 사과나 바나나, 수박 등 과일도 잘 먹긴 했지만 최근 들어 밥을 거부한다. 

단식 투쟁하듯 밥을 밀어내고 잘 먹던 과일도 서서히 거부하는 모양새다. 

맛은 있지만 영양가 적은 과자도 몇 개만 집어먹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유는 신나게 마셔댄다. 

어디에서 나오는 힘인지 묵직함이 있다. 키도 많이 자라 까치발만 조금 들어도 집 안 어디든 손에 닿을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유 하나를 다 먹은 뒤 조용히 놀고 있을 줄 알았던 아이는 우유병 안에 아주 조금 남아있는 하얀 우유를 온 바닥에 뿌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물을 마신 뒤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에 침착하게 다그쳤다. 

아이에게 그러한 다그침도 장난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나 보다. 가르침과 다그침은 분명히 다른 것이며 다그침에는 몰아붙인다는 개념을 포함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출처 : pixabay

"아이에게는 소리를 지르면 놀랄 수 있어 눈을 마주치며 잘 가르쳐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조언이었고 이를 되새기며 다독이는 느낌으로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에는 되풀이되는 아이의 행동을 보자 결국 엄마가 혼을 냈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다가갈 순 없었다. 다시 그 행동이 반복될 것이 뻔하니까. 

거실 구석에서 울던 아이는 엄마에게 안기려 했다. 하지만 다시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뚝! 거기 똑바로 서있어! 반성해!"

시간이 지나자 울음은 멈췄고 구석에서 조용히 엄마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서있다가 멀리 서있는 아빠를 한번 더 쳐다보고는 다시 엄마를 쳐다보기를 반복한다. 

엄마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것일까? 최소한 자신의 잘못을 느끼는 듯했다. 

그리고 엄마가 다가갔다. 

"아가야.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네가 미워서가 아니야."

아이에게 조용히 한마디를 건네고는 안아주려 하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 눈물 속에는 서러움과 원통함과 미안함이 가득했고 울음소리는 거실을 울렸다. 

그렇게 다시 울부짖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또 짠했다. 그리고 미안함마저 들었다. 

잘못된 것을 가르치는데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들다니. 역시 단호하게 야단을 치는 것에도 스킬이라는 것이 있는 법인가 보다. 

'난 아직 멀었구나.'

그렇게 아이는 한 뼘 더 자랐다. 혼이 난 이후론 딱히 같은 행위를 반복하진 않았다.  

출처 : pixabay

여전히 위험한 장난을 친다. 그리고 떼가 늘면서 말을 듣지 않는 경우도 부쩍 늘긴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독불장군 미운 3살이라고 하더니. 역시 우리 아이도 거스를 순 없는 것일까?

'싫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표현이다. 의지를 나타내고 표현하는 것은 결국 성장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그 의지를 꺾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존중해주기도 어려운 법이 아닌가. 딜레마에 수도 없이 빠지게 되는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니 난감할 뿐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 사이에 절대 기준은 필요한 것이니 말을 하고 표현하는 수많은 행동에 규칙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출처 : pixabay

평일 아침.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 아빠와 엄마 틈에서 어린이집에 가야 할 아이는 신나게 TV를 보고 있다. 새벽 내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아이는 피곤하지도 않은지 마냥 신이 났다. 

서둘러 등원 준비를 마친 후 엄마는 먼저 출근했다. 엄마가 출근한 후 아이와 아빠도 함께 집 밖을 나서게 되지만 유난히 나가려고 하지 않는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시간은 점차 흐르기 시작했다. 자칫 회사에 늦을 수도 있는 시간. 평소 같았으면 나가는 아빠를 붙잡으며 나도 데려가라는 표현을 했을 테지만 TV를 꺼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거실에 있는 아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아이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런 와중에도 야단을 쳐야 할 때가 있다. 크게 혼을 내고 백 번을 미안해한다. 아이도 나도 여전히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는 어느새 28개월이 되었다.  

출처 : pixabay

"심쿵아. 엄마랑 아빠가 너한테 소리를 치거나 야단을 칠 때가 있지만 결코 너라는 존재를 미워할 수 없단다. 여전히 너는 사랑스럽고 예쁜 천사 같은 아이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난을 치며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고 저녁이 되면 여전히 떼를 쓰며 잠투정을 하겠지. 너에게도 그리고 아빠에게도 경험과 시간은 필요한 법. 우리 그 시간을 함께 쌓아가자. 분명히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거야. 무엇보다 밥도 잘 먹어주길 바랄께. 지금처럼 아프지 말자. 그리고 웃자!" 


울면 미워져. 웃어야 예쁘지!  photograph by pen잡은루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