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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18. 2016

여름 밤

 밤이 깊었고,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나는 네가 떠올랐다. 곧장이라도 비가 올 것 처럼 습해지는 온도에 나는 입고있던 가디건을 벗어 손에 들고선 다시금 길을 걸었다.


 말 없이 너와 걷는 기분이였다. 고개를 돌리면 네가 있을 것 같았고, 나를 보며 왜? 라고 묻는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주잡은 손을 앞 뒤로 흔들며 어린아이처럼 웃음 짓던 네가 거짓말처럼 선명해졌고, 그 빛은 네가 되어 내 앞을 환히 밝혀왔다.


 여름 밤 속을 둘이서 걷다 다리가 아플때면 동네 편의점에 마주보고 앉아 아이스크림 하나씩 손에 쥐고선 그랬었다. " 내꺼 맛있어. 먹어 봐! " 맑은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내밀면 너는 몸을 앞당겨 한 입 베어물곤 말했다. " 내꺼도 맛있어! " 하고 웃으며, 그 예쁜 손을 내게 뻗어오며.


 그저 산책을 하러 나온 길목에서 나는 여러번이나 너를 만났다. 분명히 너는 나를 떠났는데 나는 왜 이다지도 네가 선명히 보이는건지, 이따금씩 숨이 턱턱 막혀왔다.


 네가 없는 여름이 시작되었고,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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