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생이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동생과 나는 업무적으로 부딪힌 적도 있었지만 '우울증' 덕분에 공감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됐다.
'우울증'이라는 것을 공개하는 게 쉽지 않은 회사였지만 우리는 서로 복용 중인 약과 증상을 공유했다.
동생은 건강해지기 위해 애썼다. 물리치료를 받고, 운동도 했다. 몸에 나쁜 것은 먹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
결국 하늘로 동생은 떠났고 나는 곧 휴직을 했다.
팀장님과 주변 동료들은 떠난 사람은 빨리 잊는 게 좋다고 했지만 그게 잘 안 됐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었는데... 자주 생각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죽어버린 동생이 마치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나의 미래인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올해 겨울에 있었던 이야기다.
그렇게 힘든 겨울이 지나가더니, 어느덧 봄도 끝났다.
이제 여름도 끝물인 듯.
어떤 일이 있어도 시간은 제 할 일을 여전히 잘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얼마 전, 신경정신과 약을 바꿨다.
안정적으로 잘 먹고 있었는데 편마비와 하지불안 증상 때문에 신경과에서 처방받는 약이랑 중복 돼 어쩔 수 없었다. 약의 개수가 확 줄었다. 증세가 완화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신경정신과 약이 바뀌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보통 좀 더 나른해지거나 숨이 가빠지는데 이 약은 잠이 너무 왔다. 약을 먹은 후 5분 정도 지나면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어 진다. 멍해진다. 아들 둥이가 공부방 숙제를 같이 하자고 조르는대도 '내일 하자. 엄마 잠 와.'라고 말하고 잠이 든 채 가만히 있는다.
올해 초 많이 친하지도 않았던, 하늘로 가버린 동생을 따라가기 위해 약을 과다복용한 탓에 잠이 오면 무서워진다. 혹시 그때의 후유증이 아닐까? 그리고 그 동생이 생각난다. 자주 피곤해했고 느릿느릿하게 걷던 동생. 그리고 내게 했던 말.
"언니도 곧 이렇게 될 거예요. 우울증 약이 원래 그래요. 몸이 굳는 것 같아요.
정말 동생처럼 되는 걸까?
동생과 함께 혼이 빠진 채 누워있는 몸뚱이를 마주 보는 내가 보이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 번 받는 심리상담은 여전히 힘들다. 여전히 수업이 끝나도 한참 울다가 나온다.
몇 주에 걸친 상담 끝에 아주 어릴 적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마가 죽으려고 해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꼬마였던 내가 보였다.
엄마가 아파하는데도 슬프지 않고 멍하게 있는 어린 여자아이.
선생님은 엄마가 전부였던 어린 시절에 겪었던 그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살면서 내내 '죽음'을 생각하게 됐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다음 주부터 그 부분에 대해 더 얘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트라우마...라는 게 진짜 있는 걸까? 치료가 되긴 할까? 치료가 되면 정말 '죽음'을 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을까?
난 여전히, 내 몸도 언젠가 굳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