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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Oct 16. 2024

이곳은 여전하지?

 옷을 갈아입고 은수는 아무 말 없이 다영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은수는 커피숍 앞에 주차된 차 운전석에 말없이 탔다. 다영도 따라 조수석에 탔다. 은수와 알게 된 지 20년도 지났고 그중 3년을 사귀었지만 은수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탄 것은 처음이었다. 야구 모자를 쓴 채 운전하는 은수를 바라본 다영은 이런 시간을 미리 갖지 못했던 과거를 원망했다. 

 다영은 은수와의 만남, 그것도 은수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단 둘이 있게 될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은수에게 어디로 가는지도 묻지 않았다. 빨간색을 띤 신호등 앞에서 길을 건너는 학생을 바라보던 은수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은수의 스마트폰과 블루투수로 연결된 차에선 지브리 스튜디오 피아노 연주곡이 흘렀다.

 대학생시절, 다영은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푹 빠져 지브리 OST음악을 자주 듣곤 했었다. 

  "치히로가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찾았듯, 내가 무엇으로든 변한다면 넌 날 찾을 수 있을까?"

  "물론. 너만의 향기가 있거든."

 지브리 음악을 들으며 나눴던 얘기들을 지금 떠올린 듯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영은 생각했다. 

 어느덧 차는 해안도로로 진입했다. 

  "몽돌 해수욕장으로 가고 있어. 5분이면 도착할 거야. 부산까진 내가 태워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마."

 다영의 궁금함과 걱정을 미리 챙겨주는 은수. 스무 살 때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자상했고 따뜻했다. 은수의 말처럼 차는 곳 몽돌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먼저 내린 건 다영이었다. 무슨 일이든지 은수에게 조잘댔던 고등학생, 한 없이 따뜻한 연인이었던 대학생 시절과 달리 이십여분을 아무 말 없이 있으려니 답답했다. 다영은 햇볕을 반사하고 있는 돌 중 작고 하얀 자갈 두 세알을 집어 손에서 만지작거렸다. 시동을 끈 은수가 차에서 내리자 다영은 조금 조급해졌다. 이젠 정말 무슨 말이든지 해야 될 것 같았다. 

  "여긴 여전하지?"

 은수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바닷물에 조약돌에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여전'이란 단어를 되새긴 다영은 이곳이 과거 은수에게 이별을 통보했던 장소란 것을 깨달았다. 그때도 오늘처럼 갑자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목적 없이 온 오늘과 달리 반드시 헤어져야 된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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