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나아질 거란 막연한 희망은 오히려 허무할 뿐>
그냥 사는 건 다 이런 정도의 적당한 우울, 적당한 수치, 적당한 분노, 적당한 불안이 혼재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보다 나은 곳이 있다거나 이건 지나가고 곧 좋아진다는 말은 오히려 지금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지금보다 나을 상황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 최악이라고 느껴지게 한다.
이 불안과 우울을 피하고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사실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삶이 무의미하고 허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감정들은 벗어날 필요가 없으며 '이것이 인생의 기본 값이다.'라고 받아들이면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다.
사는 동안 만나는 불안의 크기는 다르지만 사고하는 인간이 살아가며 이 정도의 불완전한 감정을 품는 것은 생명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요소에는 좋은 것만 가득할 순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막연한 인생의 오아시스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을 인정하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불안과 우울은 당연히 살아가는 내내 이어질 테니까 오늘 하루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한 감정을 품고서도 해야 할 일을 씩씩하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살아가는 건 하나를 해결하면 하나가 불완전해지고, 채우고 메꾸어도 어딘가에 구멍이 나기도 해서 쉽게 만족이 되지 않는 법이다.
'내 인생 완벽해. 더할 나위 없어.'는 드라마 엔딩 대사가 아닐까? 그만큼 현실성이 없이 들리는 말이다.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겠지만 저 말을 긍정파워로 억지로 내뱉어봤자 진짜 마음속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것과 아쉬운 것들이 마음속 깊이 깔려있고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냥 원래 인생은 불완전한 형태를 가졌다는 점을 받아들인 채,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괴로움을 평화과 만족으로 변환해야겠다는 사고부터가 현실가능한 방법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 불안해? 오케이 당장 생각 고쳐먹자~"라고 결심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건 정말 해탈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사고의 전환과정이다.
우리는 그냥 이 어설프고 불완전한 감정을 인정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게 원래 인생이니까 이것을 굳이 없애려고 하지 말고 잘 품고 오늘 갈길을 가면 된다고.
게다가 행복은 불행을 없앤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행과 행복은 빛과 그림자처럼 오묘하게 묶여 있어서 슬픔 속에도 위로라는 감정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고, 불편함 안에서 설레임이 있기도 하며, 미운데 사랑을 할 수도 있다.
저 두 감정은 한세트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 다만 불행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불안한 감정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본능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행복과 불행 사이의 아무렇지 않은 무덤덤한 일상도 꽤 많다는 것을 잊고 만다.
오늘이 괴로우므로 더 나은 정신 상태까지 기다렸다가 뭔가를 해보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어떤 상태든 인생은 어차피 흘러가고 있다.
내일도 모레도 늘 불완전한 마음 상태일 테니,
그냥 지금 해야 할 것을 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믿으면 된다.
평화로운 생각으로 전환하자가 아니라 오늘도 이 감정에 메몰 되어, 버려지는 하루로는 만들지 말자고 생각하면 된다.
불안하다고 쉬고, 기분 나쁘다고 도망치고, 우울하다고 숨고 멈춰버리기만 해서는 달라질 게 없다.
불안하고 우울해도 할 건 해야 한다.
사실 살아가며 저 감정이 안 드는 날은 얼마 안 될지도 모르는데, 좋은 날만 성실한 하루를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버려지는 날이 얼마나 많겠는가.
눈물이 흐를 때도, 가슴이 답답해 의욕이 없을 때도...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참고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원래 인생이란 이런 불편한 감정이 늘 상주해 있으니 오늘 할거나 하자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세상은 내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해질 때까지 멈춰 기다려주지 않으며,
당연히 내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만 가득할 때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평화의 날이 온다고 한들 죽는 날까지 내내 이어지지도 않는다.
오전에 무척 마음이 좋았지만 점심 이후 지옥 같은 감정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하고 괴로움 속에서도 오늘의 일을 해내는 담담함을 연마해야 한다.
살아가는 대부분의 순간은 허무하고, 괴로움을 참는 시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그 순간에도 그냥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면 될 뿐이다.
괴로워도 우울해도 조용히 앞으로 걷는 시간만이 지금 가진 우울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지금의 우울에서 벗어난다고 다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울은 새로운 국면마다 연속적으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의 우울을 벗어나면 다음 단계의 우울이 또다시 기다리고 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괴롭기만 한 거야. 속상할 수도 있다. 이 생각에 깊이 빠져들어 우울증이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들도 다 그렇고 살아가는 내내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나쁜 것이 아니며 내가 잘못하여 받는 벌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생존을 베이스로한 사고와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걸어 나간다는 건 우울을 하나씩 과거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멈춰 있게 되면 어제의 우울, 오늘의 우울, 내일의 우울이 동시에 누적되어가 더욱 사람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짓눌리게 된다. 오늘 움직이면 오늘치 우울은 털어버리고 내일을 만나게 된다.
기본적인 우울과 불안에 대한 베이스는 늘 품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다 생각하며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어본다.
요즘 나만 마음이 왜 이렇게 답답하고 괴로운가를 생각했지만, 누구든 속깊이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우울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으니 유별나게 굴지 말자는 생각만 거듭할 뿐이다.
우울과 불안은 별다른 게 아니다. 살아가는 내내 갖고 가는 감정의 기본 값이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해가 떠 반짝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구름 낀 날들이 이어겠지...
불안하고 우울함 속에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괴로운 감정에 있을 때 사람은 아무것도 할 의욕이 없다. 하지만 힘들 때도 평소와 같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은 불안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다.
평상시의 마음보다 괴로움 속에서 무기력을 털고 움직이는 것은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도 몇 번의 연습을 통하다 보면 어떤 감정에 있더라도 일상은 성실하게 살아낼 수 있게 된다.
괴로운 순간에도 할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생각보다 괴로움은 나를 묶어두는 걸림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감정의 형태와 무관하게, 좋은 날도 슬픈 날도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면 된다.
벗어나고 싶고 후회스러운 과거를 만회하는 방법은 더 나은 오늘을 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