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시간이 머물러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죄책감 속에서 살았다.
그를 더 자주 만나지 못한 것,
그의 마음을 먼저 읽지 못한 것,
그가 “괜찮아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의 진짜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장례를 함께 치렀던 친구가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누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 형이 늘 자랑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오랜 시간 움켜쥐고 있던 무언가를 놓았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삶이란, 때로는 너무 복잡해서
한 사람의 손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이제야 인정할 수 있었다.
죄책감은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바꿔놓았다.
나는 조금 더 섬세한 사람이 되었고,
조금 더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
그를 잃고 나서야,
나는 진짜 ‘함께 산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