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홀로 서고 싶다면

이제 내 일을 하겠다

by 건조한 글쓰기

오랜만에 이전 회사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통 이런 통화는 회사 욕과 함께,

어떻게 하면 회사를 벗어날 수 있는지로 연결된다.

그러면서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내게

그 시작 방법에 대해서 물어본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
나도 회사 그만두고 싶어
내 일을 시작하고 싶어


나도 한 4년 전부터, 이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고작 6년 차에 지나지 않던 풋내기였지만,

회사에서의 결말은 선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맡은 회사 내 포지션이 그러했다.


효율화를 위해 감원해야 할 수준을 정했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시간당 필요 인력을 정했다.


전혀 보지 못한 알지도 못한 팀이었지만,

매출 추세 예상과 CAPAX라는 건조한 기준을 거쳐,

조직과 개인 운명이 결정했다.

보고는 임원 회의를 거쳐, 지시 사항으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나는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의 커리어를 결정하고 있었다.


그 후에 일어나는 나비효과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가끔 나가는 회사 모임에서, 내가 참여한 잔인한 프로젝트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회사에서 어떤 사업을 위해서,
조직을 조정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평소 비밀 유지 각서를 쓰면서 일했기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용히 있었다.


사업 방향성 전환이나 현장 경영 강화 등

겉으로 보이는 구호는 다 헛소리였다.

그저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거창한 부서에서 일하는 나를 보면서,

일부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그리고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은 양, 그렇게 평가했다.

다행히 나는 이러한 허상에 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밀려나는 선배들의 뒷모습을 보면 무서웠다.


회사가 무섭다

어쩌면 회사 내부에서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회사에서 커리어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탈출을 생각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나 혼자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나오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더 지났고,

견딜 수 없을 때 나오게 되었다.

회사를 나올 때, 무엇을 하겠다고 결정하고 나오지 않았다.

우선 늦기 전에 나가자는 생각을 먼저 했다.

물론 이 결정은 가장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다.


이때를 돌아보면서, 한 가지 분명히 알게 된 부분이 있다.

그것은 홀로 서는 사람과 직장인으로 남는 사람의 차이,

시작의 속도였다.


우선 직장인은 해야 할 목표가 분명하다.

당장 다음 주 할 일을 모르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프리랜서는 목표가 없다.

내가 그 목표를 정해야하기 때문에, 이 스트레스가 심하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부터 직장 생활까지, 항상 목표가 정해져 있었다.

점수 목표가 있었고, 취업 목표가 있었고, 승진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목표가 없는 것이다.

이 목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생긴다.


내가 하고 싶은 목표가 있으면 바로 시작할 텐데
나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건 목표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시작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를 나오려면, 그냥 생각 없이 옆에 보이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실패할 확률이 더 높더라도, 우선 시작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실패할 확률도 줄어들고, 가볍게 시도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잘하려면,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야구 선수라면 볼을 잘 고르는 선수가 좋은 선수다.

3번 잘못 휘두르면 아웃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리랜서 & 사업자의 야구 게임은 다르다.

내가 타석에 내려가기 전까지는 아웃이 없다.

그저 공이 계속 날아오고, 나는 계속 휘두를 권리가 있다.

문제는 공이 날아오도록 세팅하고, 휘두를 타석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뭔가 공이 옆에 날아다니고,
내가 칠 수 있을 것 같으면 무작정 시작하자.
책상에서 하는 고민은 보통 쓸모가 없었다.


빠르고 가볍게 시작하는 습관.

이것이 지긋지긋한 회사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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