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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 루시 Sep 25. 2021

그 남자가 그렇게 멋있고 보이고

전철을 탔다.

한자리가 비어있었는데 간발의 차로 앉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그 앞으로 자리를 잡고 서있는데 바로 앞에 앉은 남자분이 졸고 계셨다.

그분은 너무나도 피곤했다. 팔짱을 꼈던 그의 팔은 풀리기 시작했고 고개는 주체할 수 없이 좌우로 왔다갔다했다. 그는 뭐랄까, 정신과 육체가 따로 노는 듯한 그런 폼새였다.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그 졸고있던 남자분에게 우리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걸.

바로 옆엔 여자분이 앉았있었는데 자꾸 옆으로 기대는 그 남자분 때문에 곤란한 눈치였다.

이러다 옆으로 쓰러지겠다 싶지 직전이었다.

순간 여자분 옆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자분이 벌떡 일어나셨고

여자분은 바로 옆자리로 재빠르게 이동을 했다.

우린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분은 여자분을 위해 자리를 양보했다는걸…


그 순간 그분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의 등뒤에선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고 그의 하얀 머리카락들은 은빛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옆 칸으로 가셨다.

중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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