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라테를 좋아해요

미니멀리스트의 식사

by 오늘


나는 미니멀리스트. 비우고 비우면서 본질을 추구한다. 반드시 무엇을 이루어야만 하는 삶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처럼 무엇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삶에 만족이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물건만 소유한다. 관리가 안 되는 물건이 지저분하게 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 물건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들이게 되고 내가 행복해질 시간을 줄이게 된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정신적인 공간이 정리가 되고 삶을 살아갈 나만의 철학을 가졌다.



요리에 별 취미가 없다. 식재료를 최대한 자연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샐러드. 과일도 되도록 갈아먹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을 선호한다. 밥을 매일 하지 않으니 식사 대용으로 간단히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식자재든 소량 구매하는 편인데 고구마는 1.5kg 이상은 산다. 달달한 고구마를 좋아하니까 그나마 많이 사는 편. 고구마는 구워 먹는다. 오븐도 없고 에어프라이기도 없는 미니멀리스트는 고구마를 어떻게 구울까? 3구 가스레인지에 달린 구식 생선 그릴에 넣고 굽는다. 물에 넣어 삶으면 고구마의 당도가 떨어진다. 구우면 고구마속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당분은 더 진해진다. 그러니 고구마는 꼭 구워준다. 구운 고구마는 꿀이나 설탕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달다.



온 집안에 달콤한 고구마 향기가 퍼진다. 15분 정도 구워진 뜨거운 고구마 껍질을 벗겨 믹서기에 우유와 함께 갈아 준다. 머그잔에 따라 마시면 든든한 아침식사 한 끼가 된다. 고구마라테는 만들기도 간편해서 겨울 아침 출근 전에 천천히 마시면 점심시간까지 기분이 좋다. 마실 때는 가장 좋아하는 하얀색 머그잔에 따라서 식탁에 앉아 마신다. 좋아하는 진민영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따뜻한 고구마 라테가 목으로 넘어갈 때의 온전하고 포근한 기분을 오래 음미한다. 식사를 할 때는 정성 들여 맛을 기억한다. (고구마 라테를 식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한 끼의 마음을 채워주는 식사가 되기도 한다.) 온도와 향기와 기분을 의식한다.


양산타워에 가면 6층에 전망대가 있고 5층에 북 카페가 있다. 북 카페에서 고구마라테를 즐겨 마신다. 달달하면서 따뜻한 고구마라테가 있는 그곳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나의 아지트가 된다. 오후에 가면 몇 시간씩 책을 읽다가 경치를 바라보기도 하고, 노을이 질 무렵 하늘을 감상하며 시 한편 적어 본다. 이런 날은 책도 보고 시도 한편 오고 고구마라테도 마신 날.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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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중순 양산타워에서 찍은 저녁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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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당신의 미소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가


삶의 짐이 무거워 힘겨울 때


잠시만 여기 쉬어가요



흐르는 시간 위에 잠시 올라타


조금씩 자라고 있는 당신을 만나요



당신의 완전한 웃음을 만드는


따뜻한 것들을 사랑해요


세상 가장 아름다운 당신의 미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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