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상징적인 의미
지금까지 운동으로 무언가를 성취해본 적은 없지만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해왔다. 등산, 수영, 산책, 요가, pt, 자전거 타기 등등... 조금 질리면 다른 걸 해보기도 하고 이사, 출산 등으로 잠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운동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목표가 있거나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땀 흘릴 때의 개운한 느낌, 몸을 움직일 때 사라지는 잡념, 몸에 이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좋다.
PT를 마지막으로 이혼이라는 큰 인생의 사건을 맞이하느라 운동을 다니지 못했다. 그래도 집에서 유튜브를 틀어놓고 운동을 하며 활력을 얻었다.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온 날에도, 아이에게 이혼을 설명하던 날에도, 이혼 확정일자를 받고 온 날에도 운동을 했다. 요가매트를 바닥에 깔고 짱짱한 운동복을 입고 운동하는 동안에는 세상에 모든 어려움을 맞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요가매트 위의 네모난 공간 위에서는 어떻게든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러다 최근에는 아무리 마음을 바로 세우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바짝 마른 모래로 모래성을 쌓는 것처럼 계속 마음을 다져봐도 손을 놓으면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운동도 귀찮아졌다. 매트를 펴기까지가 힘든 날도 있었고 매트를 펴고 운동복까지 입다가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는 날도 있었다. 무기력했다. 내가 도대체 세상을 상대로 무얼 극복해야 하는 건지 왜 힘을 내야 하는 건지 모든 게 갑자기 무의미하고 귀찮아졌다. 또다시 물에 젖은 솜이 되어 아무리 일으키려 해도 일으킬 수 없는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며칠을 운동은 쳐다도 보지 않았고 운동하면서 느꼈던 활기찬 느낌이 그립기도 했지만 기억 속에만 넣어두었다.
아이가 아이 아빠에게 면접교섭을 간 주말. 할 게 없었다. 약속도 없었고 이제는 내내 같이 있었던 아이를 그리워하고 이혼에 대한 후회와 자책만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그러다 요가매트가 눈에 들어왔고 딱 5분만 해보고 힘들면 그냥 하지 말자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운동복을 입고 운동 영상을 틀었다. 내가 보지 않은 사이 이 유튜버는 꽤나 많은 영상을 만들었다. 나만 멈춰있을 뿐 여전히 제각기 할 일을 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조급한 마음도 들었다.
10분에서 위기가 왔는데 참고 30분에 아 오랜만에 했더니 힘드네 그냥 그만할까 하는 생각을 꾹 누르고 1시간을 채웠다. 5분만 해보자는 시도가 1시간을 하게 했다. 막상 하고 나니 너무나 개운했다. 아 내가 이래서 운동을 했었지 깨닫게 했다. 등줄기에 흐르는 땀이 목표를 달성했다는 만족감을 주었다. 운동을 1시간 했다고 해서 내 몸에 붙어있는 지방이 모두 사라진다거나 복근이 생기는 건 아니다. 운동은 나에게 도화선 같은 존재이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연쇄적으로 폭발하듯이 운동을 시작으로 활력을 얻는다. 이 활력을 바탕으로 또 삶을 이어나갈 힘을 얻는다.
귀찮음을 이기고 운동을 한 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지 이 기분을 며칠은 이어가고 싶다. 그러기에 나는 내일도 운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해냈다는 만족감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게 되겠지. 다시 운동이 힘들고 귀찮아질 때는 이 글을 봐야겠다.
*내가 주로 보는 채널은 에일린과 빅씨스이다. 운동하는데도 꽤나 영상미를 따지는데 두 영상은 편집이 잘되어있고 운동하는 유튜버 뒤의 풍경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