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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Jun 22. 2022

텃밭 채소로 요리를 할 수 있다니

아이와 둘이 살게 되고 적적한 마음에 텃밭 분양을 알아봤다. 아이가 외롭다고 해서 동물을 기를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텃밭이다. 아이가 작물이라도 기르며 애정도 가지고 수확의 기쁨을 느껴 헛헛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미 3월이 지난 시점이라 거의다 마감이 되었는데 거듭 부탁을 드리자 넓은 텃밭사이에 기다린 모양의 텃밭 한 고랑을 분양해주셨다. 이랑과 이랑 사이에 겨우 올라와있는 고랑이 나의 현 상황 같다는 느낌이 들어 저 공간에 무엇인가를 얼른 심어서 뿌리를 내리게 하고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고 싶었다.


흙을 뒤집고 비닐을 덮는 작업까지 마무리하고 아이랑 무얼 심을지 의논했다. 선택된 모종은 3개의 상추, 2개의 바질, 2개의 수박, 2개의 멜론, 2개의 참외, 4개의 방울토마토, 2개의 가지, 2개의 파프리카다. 작은 고랑에 종류별로 알차게 심었다. 나름 유기농으로 재배해보려던 꿈은 굴파리 먹은 상추, 진딧물이 점령해버린 수박 때문에 포기하고 적당히 진딧물 약과 친환경 농약을 쳐가며 길렀다. 고춧대를 사 와 방울토마토와 가지에 엮어주고 수박, 파프리카, 멜론의 넝쿨이 자랄 수 있게 망을 만들어주었다. 그 사이 아이는 가장 약해 보이는 방울토마토에게 '방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물 한번 더 주고, 손길 한번 더 주며 애정을 가지고 키웠다.


그리고 6 초중순 무렵부터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가지의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처음 열매를 맺은 파프리카를 보고는 아이와  모두 탄성을 질렀다. 텃밭에 가지 않아야  수많은 이유를 뿌리치고 매일 저녁 텃밭에 물을 주고 잡초를 정리하는  버거울 때도 있었는데 이렇게 결실을 맺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막상 이렇게 커가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고 흙을 만지고 오면 기분까지 좋아지니 다음날 저녁도 어김없이 텃밭으로 갔다.  


그렇게 텃밭에 가기를 매일같이 했다. 6월 중순이 지나가자 텃밭에 가면 손에 하나씩 수확물이 들고 왔다. 많지는 않지만 한 손에는 아이와 손을 잡고 한 손에는 달랑달랑 수확물을 들고 오는 게 큰 기쁨이 되었다. 집에 와서 벌레가 있는지 확인하고 깨끗하게 씻고 모래를 정리하고 하는 과정은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어떤 행동의 효율이나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할 때 아이도 나도 조금씩 편안해졌다. 어떤 일은 목표를 정해놓고 목적지까지의 단거리를 찾아서 빨리 뛰는 것보다 이렇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슬렁슬렁 돌아가기도 하고 헤매기도 하는 게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추, 바질, 방울토마토 아이와 텃밭에서 수확]


텃밭에서 수확한 귀중한 채소를 먹을 방법을 찾아보다.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빵에 발라먹고 파스타도 해 먹었다. 방울토마토, 감자에 바질 페스토를 넣어 감자 샐러드를 해먹기도 했다. 수확한 가지로는 가지피자를 만들까 가지 튀김을 만들까 하다가 아이 반찬인 가지볶음을 만들었다.  아이와 내가 일군 채소를 다양하게 요리해 입속에 넣기까지의 감동은 그냥 마트에서 사 오는 가지, 바질, 방울토마토와는 달랐다. 더 맛있고 더 달콤하고 특별한 사랑이 더 담겨있는 느낌이었다. 밭에서 바로 따온 채소가 바로 요리로 변신하는 과정도 신기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텃밭활동은 단지 식재료를 키운다는 의미보다는 땅에게 위로를 받고 생명의 성장에 감동을 느끼며 입에 달고 맛있는 작물을 넣을 수 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수확한 작물로 만든 감자 샐러드, 가지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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