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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Sep 03. 2022

아이에게 배우는 배려와 나눔

아이의 학교 개학 전날이었다. 아이에게 준비물 목록을   스스로 챙기게 했다. 아이가 챙기고 나서 확인해봤더니 아침 독서할 책을 2권이나 챙겼다. 2권의 책까지 책가방에 넣고 나니 책가방이 아이의 어깨를 짓누를 만큼 무거워졌다. 평소에 싱글맘에 워킹맘인  때문에 돌봄 간식이며 가득 채운 물까지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는  미안했던 차에  모습을 보니 속상해 괜히 한마디 쏘아붙였다.  이렇게 책가방을 무겁게 하고 다니냐고. 아이는 대답했다. "개학 첫날이라 아침 독서할 책을 깜빡 잊고  가져온 친구가 있을  있잖아.  친구에게 책을 주면 친구도 읽을  있어." 아이의 대답을 듣고 순간 벌에 쏘인 것처럼 정신이 따끔했다. 뒤이어 아이는 "학급문고에 있는 책도 친구들이 책을  가져와서  가져가면 아마  읽는 친구가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아이가 착각하고 2권이나 챙긴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를 위한 배려였다니! 도대체  아이의 마음속은 얼마나 깊고 단단한 것일까.  자식이지만 누가 이렇게 키웠는지 대견했다. '그래 공부고 뭐고 인성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아니 살아보니 결국 인성이 중요하다는  나는 30 넘은 지금 깨달았는데 너는 벌써 올바른 어른으로 자랄 준비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하교 후 물어보니 역시나 책을 안 가져온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책을 빌려주며 뿌듯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조금 무거워진 책가방보다 가벼워질 아이의 마음이 기특했다. 아이는 그날도 책을 2권 챙겼다. 아마 전날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개학 다음날에도 또 책을 안 가져온 친구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겠지. 역시나 아이의 생각이 맞았고 개학 다음날에도 친구에게 책을 빌려주었다. 아이는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미리 생각해 배려하고 가진 걸 나누어주는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개학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는 이제 친구들도 스스로 책을 챙길  있는 기회를 주자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수긍했고 이제 책을  가져온 친구가 별로 없는지 아침에 자신이 읽을 책을 한참 고르더니 책가방에 넣었다. 그날 아침 아이의 모습을 보며   편이 생각나 아이에게 너에게  맞는 시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며 낭송했다.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이다.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 마종하 시인 '딸을 위한 시' -




사실 이 시는 아이의 마음에 새길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새겨야 한다. 내 아이를 기르고 남의 아이를 가르치면서 끊임없이 남을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라고 하면서 나는 왜 그러지 못하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오늘도 아이 덕분에 어른인 내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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