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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 첫 번째 이야기 (1)

by 글쓰는 맘



유튜브 김창옥 TV를 보다가 나온 말이 있다.

남자들은 연애를 할 때는 본능적으로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를 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어떻게 ‘사랑을 유지'해랴 하는 지를 모른다고 한다.

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하는 것’이 본능적이라면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이성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능이 아닌 사랑을 유지하는 관계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의 사랑 –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많은 분들이 읽었겠지만.

“가족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 책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책에는 인간이 알아야 할 '사랑의 기술'에 관한 내용이 철학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사랑을 감정이나 본능이 아닌 ‘기술’이자 ‘의지적 행동’으로 보고,

이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본능적인 기준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닌 철학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다.

책의 내용을 두 번으로 나눠서 살펴보려 한다.

먼저 현대인이 ‘사랑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과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관한 부분으로 나눠서 살펴보려 한다.


우리는 사랑을 왜 배워야 할까?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 듯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을 터득하지만.

그 이후 사랑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 문화권의 사람들은 사랑의 경우 명백히 실패하고 있으면서도 왜 사랑의 기술은 도무지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 -p19


“사랑을 뿌리 깊이 갈망하면서도 사랑 이외의 거의 모든 일, 곧 성공•위신•돈•권력이 사랑보다도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정력이 이러한 목적에 사용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랑의 기술은 배우려 들지 않는다.” -p19

“돈을 벌거나 특권을 얻는 데 필요한 것만이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거라면, 오직 ‘영혼’에 유익할 뿐 현대적 의미에서는 아무런 이익도 없는 사랑은 우리가 대부분의 정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사치에 지나지 않을까?” - p19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을 못하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사랑의 기술을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사랑에 명백히 실패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그러한 이유로 다양한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 대기업이 만든 소비주의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이 설득력이 있고 흥미로웠다.


현대인은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돈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편리하고 단순한 방법에 익숙하다.

사랑 앞에 계산기를 두드리는 현대인은 어쩌면 현대 사회가 만든 안타까운 결과일지 모른다.

“현대 사회는 인간에게 대집단 속에서 마찰 없이 원활하게 일하도록 서로 동일한 원자적 인간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모두 동일한 명령에 복종하면서도 각기 자신의 욕망에 따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현대의 대량 생산 이 상품의 규격화를 요구하는 것처럼, 사회적 과정은 인간의 표준화를 요구하고 이러한 표준화를 ‘평등'이라고 한다.” -p34

"오늘날 인간의 행복은 '즐기는 데' 있다, 즐긴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소비'를 말하고 상품, 구경거리, 음식, 술, 담배, 사람들, 강의, 책, 영화 등을 '입수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것이 소비되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p127

"우리의 성격은 교환하고 받아들이고 싸게 팔아버리고 소비하는 데 적합하다. 모든 것은, 물질적 대상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대상도, 교환과 소비의 대상이 된다." -p128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을 소비재로 보고, 사랑마저도 거래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의 깊이보다는 매력, 성공, 외모 등이 우선시되어 사랑이 왜곡된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현대인은 사실상 올더 스레너드 헉슬리(Adous Leonard Huxlay)가《멋진 신세계》에서 그려놓은 상에 가깝다. 곧 잘 먹고 잘 입고 성적으로도 만족하지만 자아가 없고 가장 피상적인 접촉을 제외하고는 동료들과 어떠한 접촉도 없는." -p127


<멋진 신세계>란 소설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을 빗대어 현대사회를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헉슬리가 역설적으로 표현한 '멋진 신세계'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아 있을까?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왜 사랑을 배워야 할까라는 내용을 <사랑의 기술>의 책을 통해 정리하면서.

현대인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우리의 지금 모습을 생각하니. 사랑보다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공부도 해야 하고 스펙도 쌓아 회사도 취직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버텨내야 한다.

이러한 경쟁은 결국 가족의 모습으로 연결되고 있다.

가족에게 조차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단계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사랑은.

결국 본능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에서 사랑의 기술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사랑의 기술'은 가족을 통해 배워야 한다.


저자 프롬이 말하는 자본주의와 소비지상주의가 만든 현대인들의 모습이 <멋진 신세계>의 책 내용과 교차되면서 서글퍼졌다.



조심스럽게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해 본다.

오은영 박사님이 한 프로그램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과거 가난하고 어려운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은, 행복하게 사랑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모델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고 배운 것이 없으니 실천하기가 어렵다.

나 역시 그런 시대와 부모 밑에서 자라서 그런가 크게 공감했던 부분이다.

어쩌면 우리 중 많은 가족들이 오은영박사님의 말처럼 ‘진정한 사랑의 기술’을 배우는 단계가 필요한지 모른다.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부부나 가족의 문제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마음의 문제, 사랑의 부재, 화합의 부재, 오해와 엇갈림… 결국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치관이나 생각의 방향이 다르다면 화합할 수 없다.

'가족의 화합'은 결국 ‘사랑의 노력’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단단하게 이어주는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아이’다.


‘초저출생’이라는 주제로 '아이들의 가치'를 살펴보고 있지만.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을 다방면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부분은 다른 연재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사랑의 의미를 통해 ‘가족과 아이에 대한 가치’를 중심으로 다룬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놀라운 신비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뭐든 많이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거 같다.

상대나 어떠한 대상을 알고 탐구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이용하려 한다면 절대 사랑할 수 없다.

뻔한 얘기 같지만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젠가 나에게 다시 따뜻하게 되돌아온다.


돌아보면, 우리는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치기도 했다.

약한 존재들, 혹은 소중하지만 익숙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했던 것들.

만약 그것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시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마무리하며.

제목이 <사랑의 기술>이라고 쓰여있어 얼핏 가벼운 ‘사랑 타령’ 같지만.

내용은 철학적이고. 인간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서 내용을 잘 담아내고 싶었지만. 글재주가 미흡하여 아쉬운 독후감이 되었다.

읽기 전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책 내용 중 '사랑의 실천' 부분은 다음 연재에 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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