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을 믿는다.
이혼 후, 처음에는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내 마음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누군가를 하루라도 어릴 때 만나 다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어쩌면 이혼 과정에서 너무도 외로웠기에, 그 외로움을 빨리 채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스스로에게 마음을 돌볼 시간을 주지 않았고, 마음이 많이 급했다.
이혼 후,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된 사람은 스펙적으로 내가 존경할 만한 분이었다.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었고,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대화는 놀라울 만큼 잘 통했다. 그는 내가 이혼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따뜻하게 이해해 주었고, 아낌없는 조언과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의 말이나 행동에서 가끔씩 ‘연인으로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스쳤지만, 그 시기의 나에게 그는 분명히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맛있는 밥을 함께 먹으며, 소소한 대화 속에서 웃음을 나눴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진심으로 그가 하는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
그 후로도 불안정한 마음으로 몇몇 사람들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나와 맞는 사람은 없었다. 늘 전남편과의 연애 시절이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그 시절과 비교하며 그리워했다. 미워하면서도, 원망하면서도… 어쩌면 나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내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어느 정도 내가 괜찮아졌다고 느낄 무렵, 나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매일 “예쁘다”라고 말해주고, 본인은 책임감이 강하다며 내 이야기를 다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도 제대로 된 정신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단지 외로웠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시기에 그 사람이 나타났던 것뿐이었다. 헤어진 후에도 크게 힘들지 않았던 걸 보면, 나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행지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나보다 어린 연하였다. 사실 나는 연하를 이성으로 본 적도 없었고, 그는 내가 평소에 끌리던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었다.
조용했고, 내가 좋아하던 ‘말 잘하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눈이 갔다. 그는, 이혼 후 처음으로 나를 설레게 한 사람이었다.
나를 힐끗힐끗 바라보는 그 모습이, 마냥 귀엽고 순수해 보였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새롭고 더 끌렸다. 처음 손을 잡던 날엔 설레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마치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내 눈에는 참 귀엽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어렸고, 시간이 갈수록 말이 바뀌는 사람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를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이젠 멀리서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으로 남기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을 안겨준 사람이다.
그 시절의 나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준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은, 갈등이 있더라도 함께 지혜롭게 풀어나가고, 오랜 시간 함께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외적인 조건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면, 이제는 마음이 편안한 대화, 그리고 서로를 아껴주는 따뜻함이 더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사랑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