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 칼럼 ⑫ - 칼럼이기보다 단편에 가까운
3년 전
2년 전
1년 전
딱 이 맘 때
WWE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보고
눈물졌었다
아무리 세월을 핑계로 탓을 돌리고
우연의 일치이겠거니
대수롭잖게 생각도 해보며
부끄럽지 않은 자세로 조금은 건조하게
관전해 보려고 애썼다
한데 그 다짐이 무너졌다
자신의 평생을 바친 한 중년이
그 시간들을 후회 않는다는 듯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 눈물지었고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동료에게
한결같은 고마움과 사랑을 표함에
그리고 전설을 위한 위트 있는 소개에도
나는 눈물지었다
젊은 나이에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풋볼 선수는
이제 ‘불멸의 전사’ 칭호를 받았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난 시절이 그리울진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함에
나 역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해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기나긴 조소가 환호로 변한 베테랑이
그보다 훨씬 앞선 시대를 걸었던
전설에게 경의를 표하기에 울었으며
그 조소마저 전설의 것이 되어버린
전무후무한 선수는
자신을 전설로 만든 장본인들. 즉
관중들과 팬들을 위해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왜 그때의 그 시간을
미처 사랑하지 못했는지
난 오늘도 그렇게 눈물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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