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너와 내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 건.
어릴 적, 너는 매일 저녁 내게 오늘 있었던 일을 쏟아냈다. 친구와 싸운 일, 점심시간에 웃겼던 일, 선생님한테 칭찬받은 일. 나는 하루를 끝낼 때마다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작고 소란스러운 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화가 줄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그냥."
"몰라"
짧고 무심한 대답만 돌아왔다.
웃으며 넘기려 했지만 마음 한편이 시큰거렸다.
어릴 때는 나를 그렇게 찾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나를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춘기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언젠가는 맞닥뜨린다는 그 시간
이해한다 생각했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세상이 필요하고, 그 세상에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덜 서운한 건 아니었다.
아이는 나를 거부하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찾아가려는 것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멀어지는 발걸음을 바라보며 조용히 아팠다.
가끔 문득, 대화가 끊긴 저녁이면 생각했다.
이제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라고.
내가 문을 두드릴 수 없는 만큼,
아이 스스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그 거리감은 때로는 상처처럼,
때로는 성장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네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만큼,
나는 너를 믿어야 했다.
그리고 여전히, 변함없이,
너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사춘기가 시작되며 우리는 점점 멀어졌지만,
멀어졌기에 비로소 알게 된 것도 있었다.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