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놀라운 속도로 자라났다.
처음에는 나 없이는 잠도 못 자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걸었고, 스스로 물을 마셨고, 스스로 문을 열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어쩐지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남았다.
가장 선명하게 느낀 건 어느 봄날 산책길에서였다.
언제나 내 손을 꼭 잡고 걷던 아이가 그날은 혼자서 신나게 앞으로 달려갔다.
"천천히 가!" 외쳤지만,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 작고 둥근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아, 언젠가 내 손을 완전히 놓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마음속에 조용히 작은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자랑스러움과 쓸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붙잡는 것이 아니라
결국 놓아주는 준비를 하는 일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
아이는 온몸에 흙을 묻힌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빠, 나 혼자 다녀왔어!" 그 말속에 묻어난 뿌듯함.
나는 웃으면서도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에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거리는 그렇게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멀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작은 손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 손은 조금씩 내 손바닥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이 거리감이 때로는 상처처럼 느껴지고,
때로는 새로운 신뢰를 만들어주는 길이 될 거라는 걸.
서서히, 아주 천천히 아이의 성장만큼
나 역시 '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