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끊긴 자리에서

by Hwan

어릴 적 너는 내 말이라면 무엇이든 믿었다.

“괜찮아, 아빠가 있으니까.” 그 한마디면 금세 웃던 너였다.


지금의 너는 다르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조금만 다그쳐도 얼굴이 굳는다.

어떤 날은 아예 등을 돌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괜찮냐”는 물음엔 “됐어”, “아무것도 아니야” 같은 짧고 단단한 답만 남긴다.


처음엔 화가 났다.

너를 걱정해서 물었을 뿐인데 그 마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했다.

무시당한 기분에 괜히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너는 나를 밀어낸 게 아니었다.

네 안에 가득한 혼란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을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 감정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걱정과 사랑이 실망과 분노로 바뀌는 그 순간, 나 역시 표현을 잃고 혼란 속에 있었다.

너를 다그치고 싶은 마음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뒤엉켜 어른답지 못한 아버지가 되곤 했다.


대화가 끊긴 자리에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조금 서운해도, 조금 아파도, 내가 먼저 닫히지 말자고.

네가 문을 걸어 잠그면 나는 조용히 그 앞에 선다.

억지로 열려하지 않고 네가 스스로 열어줄 때까지 기다린다.

묻고 다그치기보다 듣고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언젠가 너도 알게 될까.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거절 앞에서도 묵묵히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가 된다는 건 사랑을 강요하지 않고 사랑을 믿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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