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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Dec 06. 2020

당신은 '기울어진 사랑' 할 수 있어요?

[1일 1꿈] '어른의 사랑' 이야기... 임경선, 가만히 부르는 이름

[감자댄서의 3줄 요약]
ㅇ 이 소설은 C는 B를 좋아하고 B는 A를 좋아하는 한 줄 사랑 이야기다.
ㅇ 솔직히 이런 관계 싫다. C는 찌질이 바보가 되니까...
ㅇ 그런데, 이런 것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어른의 사랑'일까?


1. 난 좋아요. 어른의 사랑 이야기...


나 조금 실망했어요. 이 소설을 읽고... 왜냐하면, 어른의 사랑은 이래야 하는 걸까라는 아쉬움이 마음 속에 한가득해졌거든요. 어른의 사랑이라면, 자기 기분과 감정 표현은 그래도 마음껏 해도 되는 것 아닐까요? 이 소설 속 어른 2명은 그것을 잘 못해요. 말이 없어요. ㅋㅋㅋ 둘다 건축가라서 그런 것일까요? 오죽하면 남자 주인공은 '현관문 도어락 비번을 알면서도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라니까요. 


이번 소설 줄거리를 심플하게 말하면,  'C -> B -> A로 이어지는 한 줄 외사랑 (서로 그 사람의 등을 바라보는 사랑)'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B (수진)는 A (혁범)를 좋아해요. A는 뜨끄미지근하고요. 그런데, C (한솔)가 B를 좋아하기 시작해요. 그렇게 '수진'이 '한솔'을 만나면서 '어른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혁범'을 이해하고  그를 다시 사랑한다는 스토리예요. 


B (수진)는 30대 중반, A는 40대 중반, 그리고 C (한솔)는 20대 후반이예요. 즉, 어른의 사랑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이예요. 그런데, 소설을 읽다보면 20대인 '한솔'의 사랑이 어른의 사랑 같아요. 이상하지요? 


나는 40대 아재 입장에서 어른의 사랑 얘기를 읽어서 좋았어요. 다시는 사랑할 일이 없는 아재라서 그런지 말이예요. ㅋㅋㅋ





2. 그런데, 소설을 읽다보면 외사랑을 하던 내가 떠올라서 화가 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소설 읽고 화가 났어요. 왜냐하면, 이런 '한 줄 외사랑' 스토리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소심한 사람들, 특히 짝사랑을 많이 해봤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아닌가요? 나만 그런 것일까요?


이 소설 주인공들은 '한솔' 1명 빼고는 모두 애매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100%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0%도 아니고... 이러면 상대방은 아주 속이 타죠. 아주 답답해 죽을 지경이에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백퍼 리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와 드라마 속의 서로 100% 좋아하는 사랑은 흔하지 않잖아요.  


예전 20년 전쯤 내가 좋아하던 한 사람은 내게 이런 말을 했어요.


"감댄님, 당신은 내 꿈 속에 있어요. 현실로 당신을 끌어 당기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요."라고..


나는 이 말을 듣고 무척 화가 났어요. 말이 안되잖아요? 나는 지금 현실 속에서 당신 옆에 있는데, 현실에 없고 꿈 속에 있는 사람이라니 말이예요.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모두 이상하게 보이는 거예요. 당신이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도 당신을 그 정도에 맞게 생각해줄께... 이런 마음으로 말이죠.


수진이 안고 살아가는 감정의 깊이를 어쩌면 그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러한 그의 '세심한 무지'는 수진을 참 쓸쓸하게, 아주 가끔은 비루하게 만들어왔다.


결국 그 순간부터 그 사람과 나는 서로 말하지 않는 내용들이 많아졌고요. 그렇게, 조금씩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어른의 사랑 아니었어요. .20대의 열정만 넘치는 사랑이었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줄 여유가 없는 그런 사랑 말이예요.




3. 어른의 사랑 이야기란...


그런데, 이 얘기가 왜 어른의 사랑 이야기일까 생갹해 봤어요.


   한쪽으로 기울어진 짝사랑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사랑이예요.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버리는 것일까
- 임경선, 가만히 부르는 이름


나는 짝사랑이 싫어요. 젊을 때 많이 해봤잖아요. 찌질이만 하는 짝사랑... 그런데, 100 대 80 정도의 짝사랑이 애매해요. 상대방이 나를 열열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는 것도 아닌 상태 말이죠.


이 소설에서 주인공 '수진'은 그런 100 대 80 사랑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요. 수진은 처음에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런데, '한솔'을 만나면서 이런 살짝 기울어진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요.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기울어진 사랑' 받아들이기가 가능할까요? 여러분의 대답은 Yes일까요? No일까요?


수진은 혁범과 지내면서 느끼는 형언하기 힘든 쓰라림을 어떻게든 감미롭게 바라보려고 애썼다.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사람을 동시에 곁에 두는 것 외에 인생에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서로 거짓을 말하지 않는 사랑이예요.


주인공들은 서로 상대방을 위해 '하얀 거짓말'도 하지 않아요. 사실을 담담히 얘기해요. 특히, 혁범은 이런 원칙을 가지고 수진에게 행동을 하죠. 물론, 수진은 그런 혁범에게 서운하지요. 굳이 이 얘기를 이렇게 해야하나 속상해서 말이죠.


어쩌면 이렇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기울어진 사랑'을 할 수 있나 봐요. 저 사람이 내게 하는 행동이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거짓은 없잖아요. 그래서 믿음이 생겨요. 100 대 80의 기울어진 사랑이지만, 그의 백퍼 80은 진실이니까요.


"응, 그것이 쓰고 달건, 진실은 상처를 줄 수가 없어." (소설 속 혁범의 말)




4. 에필로그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점점 줄어간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어른 사랑 해보실래요?


그러나, 어른에게 사랑할 기회는 오지 않아요. 그렇죠? 그래서 소설, 영화, 드라마를 통해 바라보기만 하나 봐요. 단지, 사랑이 아니어도 내 생각을 그리고 내 마음을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관점에서 나를 해석하고 자기 기준의 해법을 던지는 관계는 점점 부담스럽네요.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보아 주세요. 

어른에서 꼰대로 흑화되지 않으려면 이런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수진은 초상화들을 보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이 누군가에게 이해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
사람과 사람 간에 완전한 이해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고
체념하는 자신의 마음을 수진은 마주했다.

                                              - 임경선, 가만히 부르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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