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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Jan 10. 2024

프롤로그

나는 지금 모 도서관 3층 종합자료실 데스크에 앉아있다. 일명 '사서'의 자리다. 분명 사서 자격증을 따려고 교육원에 등록해 힘들게 시험보며 다니고 수료했지만, 아직도 내가 여기 앉아있다는 것이 정말 낯설게 느껴지고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렇다, 나는 단기 사서직으로 근무중이다. 정확히는 '개관연장'이라고, 오후 1시에 출근하여 밤 10시까지 도서관에서 일하는 중이다. 라떼는~ 도서관이 6시면 문을 닫았지만, 지금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10시까지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서관은 이용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지금도 잠깐 짬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겉에서 바라보는 것과 실제와는 크고 작은 차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사서의 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바빠서는 아니다.오히려 엄청나게 바쁜 것은 집에서 살림도 마저 하고 나오는 오전의 일이다. 집정리를 하고, 아이들 저녁을 차려놓고 내 점심을 챙겨먹고 치우고 준비하고 나오는 것을, 나는 꽃달고 나왔다고 표현한다.(미친× 꽃달았다고)


어떠한 대상도 거리가 가까워지고 나면 치루어야하는 비용이 있다. 바로 그것과 멀어지고 싶게 되는 것이다. 삶은 쇼펜하우어가 말한, '이루기 전까지는 그것대로 괴롭고 이루고 나서도 그것대로 괴로운' 그런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직업으로서의 사서에 대한 로망의 이유, 바로 그 도서관과 책에 가까울수록, 매일 도서관에 올수록,매일 책들에 둘러쌓여 있을수록 나는 그 곳에서 책을 읽고 싶지가 않아진 것이다. 나는 물론 이 직업에 대해 깊이 논할 정도의 시간도, 경험도 쌓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초보 사서로서의 이야기 또한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는 바로 지금이 아니면 쓰지 않을, 쓰지 못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수가 아닌 하수로서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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