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밤 잠 못 든다. 정확히 잠드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 1년 365일 매일이 열대야인가?!
아이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면 부모는 양을 세어보자고 한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잠 못 드는 나도 항상 양을 세어왔다.
언제였던가 양을 세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잠을 뜻하는 sleep과 발음이 비슷한 동물인 sheep을 세는 것이라고. 어렴풋하지만 어느 라디오였던 것 같다. 라디오를 켰을 때는 결론을 다시 한번 얘기하고 마무리하던 차여서, 내가 들은 건 저 내용이 전부이다. 이 이야기가 '믿거나 말거나' 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비슷한 발음의 친숙한 동물을 단순하게 세면서 복잡하게 이어지는 잡생각을 서서히 멀어지게 해서 잠들게 하는 것이겠지.
나는 이 날 이후로 양을 세지 않는다. 의미와 의도가 반영되지 않고 번역만 된 '양'은 주문으로써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고, 한국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나의 잠을 부르는 주문을 한국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잠과 비슷한 발음의 동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일 처음 떠오른 것은 '잠자리'였다. 이 얼마나 완벽한 주문인가!!! '사자'는 어떠한가. '자자'와 비슷하니깐 이것도 써봄직하다. '자라' 역시 좋은 주문이 될 수 있겠다.
1차로 '잠자리'를 세면서 잠들겠다고 다짐하고, 그래도 잠들지 못하면 제발 자자고 다독이며 '사자'를 세어보고, 그래도 잠 못 들면 제발 좀 자라고 협박하며 '자라'를 세면서 힘겹게 잠을 청한다.
매일 찾아오는 지독하고 지긋지긋한 열대야, 밤이 두려운 나에게는 주문이 필요하다.